예견됐던 대로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 당선자의 불 같은 추진력이 서울시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청계천 복원사업을 핵심공약으로 내걸었던 이 당선자는 인수위원회가 구성되자 마자 “청계천 복원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겠다. 위원장은 내가 직접 맡을 수도 있다.” “2004년 착공, 임기 중 완공 계획을 반드시 지키겠다” 는 등 거침없는 의욕을 내보였다.
관련 계획들도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시내 주요 간선도로의 일방통행화, 지하철 1시간 연장운행 등등.
하나하나가 도시의 외관과 시민의 생활패턴까지 바꿀 이런 것들은 평소 같으면 착수여부를 결정하는 데만 수개월에서 수년씩 걸려 검토돼야 하는 사안들이다.
그러나 청계천 복원공사는 그렇게 간단치 않은 대역사(大役事)다.
당연히 반발할 주변상인들의 동의와 전체시민의 공론화 과정부터 거쳐야 하고 이어 교통에서 환경, 치수(治水) 등의 숱한 세부문제마다 전문가 집단의 치밀한 검증에다 재원예측 및 확보 등의 준비가 따라야 한다.
그러니 간선도로 일방화 등의 부수사업은 이 상황에서 성급하게 강행 의사를 밝힐만한 사항도 아니다.
이 당선자의 저돌적 언행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현대건설 신화를 그대로 연상시킨다. 그러나 기업 경영자와 1,100만 시민의 살림을 책임지는 서울시장직은 그 성격부터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기업활동에서의 경영책임은 본인 스스로가 지면 그만이지만, 시정에서는 가벼운 판단착오조차 고스란히 시민전체의 피해로 돌아간다.
이 당선자는 사업 파트너인 각 구청장들의 협조 여부에 대해서도 별로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 하지만 민선시장과 구청장은 기업 경영인-직원과는 달리 단순한 수직적 관계가 아니다.
“역시 이명박답다”는 서울시 공무원들의 말에는 감탄만이 아닌 이런저런 불안감이 깔려있음을 이 당선자는 헤아릴 필요가 있다.
염영남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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