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를 설득해 실제로 주문을 내도록 만드는 리포트가 진짜 리포트입니다. 그렇지 못한 애널리스트의 리포트는 휴지조각에 불과한 것이죠.”지난달 동원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영입된 조홍래(趙洪來ㆍ41) 이사는 증권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는 아니다. 미 예일대에서 경제학 석ㆍ박사 과정을 마치고 1992년부터 현대경제연구원에서 산업분석, 해외 경제동향, 국내 거시지표 등을 연구한 것이 그의 주요 경력. 그러나 그의 시황관과 증시에 대한 철학은 어느 전문가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특히 조 이사는 “일부 애널리스트들이 고액 연봉의 의미와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있다”며 칼날을 세웠다. “세련된 글과 현란한 그래프로 예쁘게 포장한 리포트를 써 냈다고 해서 그 자체가 돈이 되는 것은 아니죠.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애널리스트가 존재하는 이유는 투자자들이 매매를 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따라서 투자자들을 움직이지 못하는 리포트는 종이에 낙서한 것 밖에 안 됩니다.”
그가 앞으로 리서치센터를 운영할 방향도 이 말에서 찾을 수 있다. 조 이사는 애널리스트들에게 법인 영업직 직원과 함께 기관 펀드매니저들을 직접 찾도록 할 계획이다. 다른 애널리스트가 담당하는 업종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금기시하던 관행도 개선하겠다고 다짐했다.
아무리 ‘밥그릇’이 걸려있는 문제라고 해도 서로 연관될 수 밖에 없는 업종끼리 정보조차 교류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 따라서 그는 한 종목에 대한 리포트라고 하더라도 필요하다면 서로 다른 업종의 애널리스트들이 함께 작성토록 하는 방안 등을 궁리하고 있다.
조 이사의 시황관은 185㎝나 되는 그의 키 만큼이나 긍정적이다. 경제 펀더멘털이 급속히 호전되고 있을 뿐 아니라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재무구조 등도 몰라볼 정도로 개선되고 있다는 것. 물론 혼조세에 빠진 미국 시장의 영향을 무시할 순 없지만 미 증시도 지난 2~3개월보다는 앞으로 2~3개월이 훨씬 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이 우리나라 대형 우량주를 다시 순매수하는 시점이 바로 상승 랠리의 신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 등을 고려할 때 종합주가지수가 900까지는 충분히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식 시장은 자본주의의 꽃입니다. 시장의 원리가 가장 완벽하게 구현되는 곳이죠. 이런 곳에서 단기 급등을 노리는 것은 파울 플레이를 하는 것입니다. 중장기 가치 투자로 페어 플레이를 해야 합니다.” 조 이사는 특히 “공격적인 투자자라면 수출주 가운데 경쟁력을 갖춘 종목과 환율 수혜주를 저가매수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약력//▦1961년 서울 ▦83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84년 미 예일대 경제학 석사 ▦91년 예일대 박사과정 수료 ▦92년 현대경제연구원 ▦2000년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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