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폭탄을 보유하고 있다. 나는 실제로 이곳 이란에서 그 폭탄을 발견했다.내가 말하는 것은 대량살상무기 폭탄이 아니다. 이 폭탄은 고등학교나 대학교, 커피숍의 일상적 풍경 속에 숨어 있다.
폭탄의 시침은 이란 사회 내부에서 계속 재깍거리며 가고 있다. 10여년 후엔 이 이슬람 공화국의 면모를 변화시킬만한 폭발력을 지녔다.
이 폭탄을 이란에서는 짧게 “제 3세대”라고 부른다.
이란의 혁명 1세대는 1979년 왕정을 폐지하고 회교 공화국을 세웠다. 이미 노쇠한 이들 세대는 이란 정부를 장악하고 있다.
그들은 이란의 모든 면을 이슬람화하려는 계획을 대중이 기꺼이 받아들여서가 아니라 일련의 억압을 통해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제 2 세대는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와중에 성년을 맞은 세대이다. 28만 6,000여 이란인이 죽고 50만 명이 부상한 전쟁으로 이 세대는 자신감을 잃은 채 지금도 침묵 속에 살아가고 있다.
제 3세대는 현재 16~30세 사이의 1,800만여 이란인들로 모두가 이슬람 율법 아래 성년을 맞은 세대다.
그들은 옛 왕정의 독재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그들이 경험한 것은 오로지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독재다.
호메이니의 측근이었고 개혁파 최고위 인사인 모센 사즈가라는 “이들 제 3세대는 혁명을 기초했던 세대에게 별다른 동정심이 없다. 오히려 그들은 혁명 세대들이 국가를 제대로 경영하지 못한다고 비난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또 “이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이란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현재 이란의 가장 중요한 집단”이라고 덧붙였다.
제3 세대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명백하다. 젊고 활동적이지만 열악한 경제사정으로 적잖은 수가 실업 상태에 있는 이들은 인터넷과 위성 방송을 통해 전세계와 접촉한다.
그들은 풍요한 삶, 개인적 자유와 외부세계와의 잦은 접촉을 원하지만 이런 것들을 충분히 갖지 못함으로써 불만이 날로 커지고 있다.
그들은 이슬람 교리를 거부하지 않지만 이슬람 율법이 그들의 생활 구석구석을 점령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반종교적이라기 보다 반근본주의적이다. 맹목적 추종을 거부한다”고 사회학 교수 하미드레자 잘라에이포르는 말한다.
정부도 그들의 성향에 맞춰 각종 규제를 완화할 수 밖에 없었다. 6년 전 이란을 방문했을 때 팝 음악은 엄격히 금지돼 있었다.
그런데 그때 침실에서 전기기타를 치며 몰래 노래를 연습하던 기타리스트가 지금 콘서트에서 이란 가요를 부르며 CD까지 발매하고 있다.
여성들은 머리카락을 보이지 않기 위해 검은 천을 덮어쓰고 다녔지만 지금은 다양한 색상의 스카프로 멋을 내고 다닌다.
최근 이곳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영화는 신정(神政)의 위선을 비웃는 것들이다.
이란의 제 3세대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제 3세대와 뚜렷이 대조된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젊은이들이 부패, 비종교적, 친미적이라고 여기는 것들에 저항하고 있다. 반면 이란의 젊은이들은 반미정책을 펴는 신정과 국제적인 고립에 저항하고 있다.
1900년대 초 이란에 전해진 전신 기술은 당시 카자르 독재 왕정에 저항하는 1차 헌법 혁명을 촉발시켰다.
1970년대 급속히 퍼진 전화와 카세트테이프는 호메이니 혁명의 결정적 도구가 되었다. 이제 인터넷과 위성 TV가 이란 제 3세대에게 새로운 취향과 열망을 공급하고 있다.
제 3세대는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의 개혁 성향이 자신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보수 세력과의 대결을 주저하고 있지만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제3 세대는 결국 새로운 변화의 계기를 발견할 것이다. 이란은 변할 것이다. 호메이니의 축복이 있든 없든 말이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ㆍ중동문제전문가 NYT 신디케이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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