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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나란히 발표한 신경숙·은희경씨…향기 한층 짙어진 '90년대 스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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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나란히 발표한 신경숙·은희경씨…향기 한층 짙어진 '90년대 스타작가'

입력
2002.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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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39) 은희경(43)씨. 1990년대 우리 소설을 대표하는 두 여성 작가의 이름이다. 사실 90년대 문학을 점검할 때 두 사람의 이름을 빼놓을 수 없다.평론가 황종연씨가 “여성적인 삶의 내밀한 양상들이 솔직하고 정련된 표현을 만나게 해주었다”고 평했듯, 이들을 중심으로 한 여성 작가의 작품은 지난 10년간 문학의 한 성과가 되었다.

그러나 세기가 바뀌면서 문학을 새롭게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기 시작했다.

때마침 일부에서는 우리 문단의 허리가 된 ‘90년대 출신’ 작가들의 작품 활동이 부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신경숙씨와 은희경씨가 최근 문예지에 중편소설을 발표했다. 90년대 여성 문학의 성취에 대한 논란이 조금씩 흘러나오는 시점이다.

새로운 시대를 맞아 문학이 의미를 묻고 방향을 모색하는 가운데 ‘90년대의 스타 작가’로 불리는 두 사람이 선보인 작품 세계는 그 향기가 한층 깊고 짙어졌다는 게 문단의 평가다.

신씨가 계간 ‘문학과 사회’ 여름호에 실은 ‘물 속의 사원’은 내면의 결을 섬세하게 더듬는 그의 문체의 힘이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음을 보여준다.

재난의 징조를 예감하는 동물에 대한 비유로 시작되는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들려주듯 경어체를 사용한다.

“며칠 내로 작년보다 더 큰 태풍이나 폭우가 여기를 점령한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사람들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태연하게 일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감성을 절실하게 울리는 데 위력을 발휘했던 신씨의 문장은 절제되고 차분해졌다. ‘물 속의 사원’은 마사지를 하는 여자와 다방 여자가 맺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소설 중반부의 ‘그녀가 이 거리에서 사라진 지가 벌써 일년입니다’라는 문장은 신씨의 최근 장편 ‘바이올렛’의 맺음말 “이제 이 거리에 그녀는 없다”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신씨가 ‘바이올렛’에서의 문제 의식에 여전히 몰두하고 있다는 의미다. ‘바이올렛’에서 일상이 휘두르는 폭력에 홀로 소멸됐던 여자를 그린 작가는 이제 그 사람을 다시 불러내 함께 신음하는 여자와 만나게 했다.

한 사람의 마음의 무늬를 그리는 데 전력을 기울였던 신씨가 이제 관계 맺기를 실험하기 시작한 것이다.

평론가 이광호씨는 “신경숙씨의 ‘물 속의 사원’은 작가가 공을 들인 작품으로, 한층 성숙한 문학 세계를 보여준다”고 평한다.

은희경씨가 계간 ‘문학동네’ 여름호에 발표한 ‘누가 꽃피는 봄날 리기다소나무 숲에 덫을 놓았을까’는 ‘소라’라는 여자아이의 성장사를 통해 우리 시대에 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묘사한 소설이다.

“어쩔 수 없는 시골 소녀이면서 인형옷 같은 옷을 입고 굳이 유식한 표현을 쓰면서 자신이 받고 있는 선망과 질시를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는”

소라는 동시대 제도권 교육을 받으면서 자라난 현대인의 마음 속에서 좀처럼 쫓아내지 못하는 ‘착한 아이’이기도 하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해 놓고 보람을 느끼면서 다른 사람이 감탄할 것이라는 짐작에 지레 겸손해 한다.

원치 않는 불륜에 빠지게 되자 혐오스러워 하면서도 자신에게도 잘못이 있다는 생각에 정사를 받아들여 버린다.

“불행한 사람에 비하면 이런 건 아무 고통도 아닐 테니까”라고 자위하는 소라의 모습은 읽는 이를 거울처럼 비춘 것이기도 하다. 자기 연민과 혐오가 한꺼번에 느껴지는 대목이다.

은희경씨는 삶에 대한 가차없는 시선과 차가운 태도로 한 성취를 이룬 작가다.

그는 새 작품 ‘누가 꽃피는…’에서 섬뜩한 냉소를 보여준다. 깔끔하면서도 무섭도록 예리한 묘사는 그가 통속화의 위험에 노출된 것이 아니냐는 일부의 우려를 뛰어넘는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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