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 토너먼트에 올라온 팀들의 면면을 보면 세계 축구판도가 크게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터키를 포함한 유럽 9팀, 북ㆍ중ㆍ남미에서 4팀, 아시아 2팀, 아프리카 1팀이 16강을 구축했다.결승 토너먼트 1회전에서는 아프리카의 신예 세네갈이 북유럽의 강호 스웨덴을, 북미의 미국이 중미의 숙적 멕시코를 각각 눌러 8강에 선착했다. 새로운 기운이 남미와 유럽의 축구 거물들을 제압하는 이변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의 출전국 5팀 가운데 세네갈 만이 16강에 진출, “아프리카의 기세가 꺾이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경기내용을 면밀히 따져보면 지나친 단견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남아프리카는 스페인에 패했지만 2골이나 넣었고, 나이지리아는 강호 잉글랜드와 비겼다.
카메룬은 독일에 0_2로 무릎을 꿇었지만, 빼어난 개인기량과 송곳같은 역습을 통해 압도적인 슛 찬스를 만들어냈다. 아프리카 팀을 지도해본 적이 있는 일본의 트루시에 감독은 “아프리카는 점점 강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세네갈 역시 위협적인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아프리카 서해안 특유의 유연한 신체를 자랑하는 선수들은 개인기와 순발력, 공간을 가르는 침투능력 등을 골고루 갖고 있다. 특히 선수 대부분이 프랑스 등 프로리그에서 활약, 경기운용 능력이 뛰어나다.
스트라이커 카마라가 16일 스웨덴과의 16강전 연장전서 터뜨린 골든골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아크 외곽에서 파프 티아우가 볼을 잡아 오른 쪽을 치고 나가다 후방에서 달려오던 카마라에게 발뒤꿈치로 백 패스했다.
이어 카마라가 비수처럼 상대 수비수 2명을 연달아 제치고 아크 왼쪽까지 드리블한 뒤 왼발 땅볼 슛, 네트를 흔들었다.
브라질 선수들이나 연출하곤 했던 현란한 기교와 절묘한 콤비 플레이가 재연된 것이다. 아프리카는 결코 잠들지 않았다.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은 모국이 부르면 언제든지 다시 뭉쳐 우승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이들이 국제경기의 경험과 팀 워크를 쌓아간다면 조만간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날도 올 것이다.
여기에 비해 아시아의 기량은 세계 수준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일본과 한국이 결승 토너먼트에 오르는 등 진일보했지만, 여기에는 홈 어드밴티지가 어느 정도 작용한 측면이 있다.
아시아 선수들은 스피드와 유연성 면에서 아프리카 선수에 열세이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은 판단의 정확성과 조직력, 강인한 체력으로 단점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번 월드컵은 아시아도 유럽과 남미 중심이었던 세계 축구판도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국과 일본이 상승세를 이어가 아시아의 축구를 한단계 끌어올리는 전기를 마련하길 기대한다.
일본 효고(兵庫)대 교수ㆍ축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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