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원의 가치를 몰라요. 어린 아이들까지 10원짜리 동전을 마구 버리는 것을 보고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었습니다.”18일 2002년 서울시 ‘자랑스러운 시민상’ 근검절약 부문을 수상한 진정군(陳正軍ㆍ60ㆍ강서구 방화동) 씨는 10원짜리 동전의 가치를 1만원짜리 지폐 이상으로 올린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1995년 6월 10원으로 시작, 매일 ‘10원씩 더 얹어’ 서울은행에 저금을 시작한 그는 월드컵이 열리는 2002년을 목표로 총 2002일 동안 저금 릴레이를 벌였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일 아침 10시면 은행을 찾았다. 지난 3월 동전 2002개로 다보탑을 쌓아 마무리한 저금액 2005만원 중 2002만원은 지난 5월 5일 서울지역 소녀소녀가장 100명의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한국전쟁 중 부모를 잃고 미싱, 목공, 세탁 등 안 해본 일이 없는 진씨가 저축에 맛을 들인 것은 제대 후 중소 전기회사에 취직하고 나서. 2년간 회사 쓰레기장에서 ‘쓸만한 물건’을 모아 판 돈 2,000만원으로 통근버스를 사 회사에 기증했다.
이렇게 회사에 기증한 통근버스만도 3대. 또 IMF 때부터 3년간 1달러씩 모아 2000년 11월 1,004달러를 ‘북한아동결핵환자돕기’에 보탰고, 2000년 8월 경의선 개통소식에 585일째 매일 1원씩 통일기금을 모으는 중이다.
못 배운 게 한이었던 진씨는 중ㆍ고교 검정고시를 거쳐 방송통신대학 방송정보학과에 다니고 있다.
전업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보다 열심인 것은 학업과 신문투고. 제대로 익히지 못한 맞춤법 공부를 위해 글쓰기를 시작한 그는 한국일보 시민기자단의 일원으로 1년째 하루에 하나 꼴로 투고, 그 동안 47개의 글을 한국일보에 실었다.
박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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