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2시간 전부터 쏟아지기 시작한 폭우는 일본 패배의 전주곡이었다. 일본은 18일 미야기 센다이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16강전에서 끝내 터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주저앉았다.이번 대회 들어 처음으로 상냥하기로 소문난 일본 서포터스가 경기 내내 상대팀에 야유를 퍼붓는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일본국민은 승리를 원했지만 이 날 만큼은 선수들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16강의 염원을 달성했다는 안도감 때문이었을까. 일본선수들은 확실히 집중력이 떨어져 보였다. 트루시에 일본 감독이 이 같은 현상을 우려, 전날 선수들을 다잡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했지만 결국 효과가 없었다.
터키는 일본수비의 실수를 틈타 선제골이자 결승골을 얻었다. 터키는 전반 10분 상대수비의 후방 패스 미스로 얻은 오른쪽 코너킥을 다발라가 헤딩으로 골문을 갈랐다.
경기가 시작되자 마자 바슈튀르크가 일본 GK 나라자키와 일대일 상황을 만드는 등 적극적인 공격을 펼친 터키는 시종 빠르고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상대문전을 위협했다. 승리 의지가 분명히 일본보다 강했다.
브라질 귀화선수 산토스와 니시자와를 투톱으로 내세우는 등 공격에 중점을 준 스타팅 멤버를 구성한 일본은 중요한 공격기회에서 번번히 호흡이 맞지 않아 찬스를 무산시켰다. 일본은 전반 41분 상대 패널티 아크에서 얻은 프리킥을 산토스가 기가막히게 찼으나 볼이 크로스바를 맞는 등 운도 따르지 않았다.
일본은 후반 들어 산토스 대신 스즈키를 투입, 동점골을 얻기 위해 필사의 반격을 펼쳤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체력이 소진한 터키는 일본의 파상공세에 몰렸지만 필사적인 수비로 실점을 막아냈다.
월드컵은 한시라도 방심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또 다시 입증한 일전이었다.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룩한 공동주최국 일본은 아쉽게도 더 이상 전진하지 못했다.
김철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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