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아르헨티나 경기 못지 않은 라이벌전으로 관심을 모은 17일 미국-멕시코 대결이 미국의 완승으로 끝나자 미국내 축구팬들은 기대하지 않은 승리를 얻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하지만 역사로나 경제 문제로 미국에 적지 않은 반감을 가지고 있는 멕시코 국민들은 깊은 충격에 빠져들었다.
CNN방송등 미국 언론들은 2001년 골드컵 대회에 이어 이번 16강전에서도 멕시코를 제압함에 따라 미국이 북중미의 진정한 강자로 자리매김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시간으로 새벽 2시 30분에 시작된 이날 경기를 보기 위해 이번 월드컵 들어 가장 많은 미국민이 잠을 이루지 못했으며 8강 진출로 미국에서 축구가 인기스포츠로 부상할 계기를 마련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반면 미국과의 일전을 축구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였던 멕시코 국민들은 놀라움과 실망을 금치 못했다.
이날 새벽 경기를 보기 위해 멕시코 전역의 술집 등에 모여 “멕시코”를 연호하던 수십만의 축구팬들은 미국의 첫 골이 터진 뒤 열기가 잠잠해지다가 추가 결정골이 터지자 분노와 허탈감에 빠져들었다. 일부 팬들은 실망의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월드컵 경기 뒤 전통으로 축하 행사를 벌였던 수도 멕시코시티의 앙헬 독립 기념탑 주변에는 수천 명의 경찰이 배치돼 삼엄한 경계를 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경기 때문에 하루 문을 닫은 인근의 미 대사관은 바리케이드로 겹겹이 둘러쌌고 폭동진압 경찰이 배치돼 차량 통행을 완전 통제했다.
경찰은 경기 직후 기념탑 부근에서 미국인들에게 시비를 건 혐의로 38명을 체포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등 광대한 영토를 빼앗아간 역사적 숙적이자 경제적 열등감을 안겨 주는 극복 대상인 미국을 의식해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던 빈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도 경기 직후 열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중요한 것은 끈기를 가지고 싸우고 싸우고 또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벨기에를 꺾고 이날 추가로 8강에 합류한 브라질의 상 파울루 등 주요 도시에서는 아침부터 승리를 자축하는 폭죽과 차량 경적소리로 요란했다.시내 이파랑가 공원 등에는 극성 축구 팬들이 몰려 요란한 삼바 리듬으로 축하 파티를 벌였다고 현지 한국총 영사관 당국자가 전했다.거리를 브라질 선수복인 노란색 물결로 가득 메운 시민들은 "또 한번 우승컵을 노리자"며 환호했다.
벨기에 축구 팬들은 강호 브라질을 상대로 선전한데 대체로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브뤼셀의 카페등에서 TV로 경기를 지켜본 시민들은 "우리 선수들의 패기가 훌륭했다"며 승패를 떠나 분투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다른 축구 팬은 "기술로는 벨이에가 한 수 위였으나 브라질은 슛 기회를 잘 살렸다고"고 패인을 분석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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