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 화가’ 김창열(金昌烈ㆍ73) 화백의 물방울이 이번에는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의 마당에 아로새겨졌다.최근 프랑스에서 일시 귀국한 김화백은 한국에서 개최되는 월드컵을 기념, 본선 출전 32개국의 영문 국가명을 쓴 바탕 위에 특유의 영롱한 물방울을 아로새긴 그림을 발표했다.
녹색 바탕은 경기장 그라운드를, 물방울은 그 위를 달리는 선수들 혹은 축구공을 연상시킨다.
“나는 축구광”이라고 김 화백은 말했다. 귀국해서도 그는 지인을 만나 포도주를 마시거나 작업하는 시간 외에는 월드컵 TV 중계를 빠짐없이 보는 것으로 소일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그는 틈나면 프로축구가 열리는 경기장을 찾는다. 그의 아들 오안(사진 작가)씨는 어릴 적 프랑스 유소년축구 대표 선수로 뛰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피구가 포르투갈 축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알려져 있었지만, 폴란드 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파울레타가 사실은 현재 유럽에서는 훨씬 더 유명한 스타”라고 그는 말하기도 했다.
김 화백은 매년 한 차례 이즈음에 귀국, 고국에서 여름을 난다. 1969년 파리에 정착한 그는 70년대초부터 물방울 그림으로 세계 화단에 이름을 각인시켰다.
“어떻게 하면 서양 현대미술과는 다르면서도, 그들에 뒤떨어지지 않는 다른 가치를 찾을 수 있을까” 하는 모색이 물방울 그림을 낳았다고 그는 말했다.
“스스로도 의식하고 시작한 건 아니지만, 가볍고 하찮고 곧 스러져 없어질 것 같으면서도 영롱한 자태의 물방울은 우리 전통 도교, 유교적 사상에 그 맥이 닿아있는 것 같다.”
이렇게 지금까지 그가 그린 물방울 그림은 대작과 소품을 포함해서 모두 2,000여 점 가까이 된다. 국내 20여 회 등 세계 각지에서 80여 회의 전시회를 연 그의 그림은 주요 미술관에 빠짐없이 걸려있다.
김 화백은 “아직도 물방울을 그리면 희열을 느낀다. 다른 소재로 허우적거릴 여유가 없다” 며 30여 년 천착해온 물방울 그림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