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치러진 프랑스 총선 2차 투표에서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우파가 총 577석 중 3분의 2가 넘는 399석을 차지하며 압승했다.이로써 중도 우파는 대통령, 상원(하원 및 지자체 의원 대표들의 간접선거로 선출)에 이어 하원과 내각까지 장악, 전통적인 ‘좌우동거(코아비타시옹) 정부’ 시대에 종지부를 찍으며 샤를르 드골 정권 이래 프랑스 제5공화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정권으로 부상했다.
우파가 대통령과 하원을 동시에 차지하기는 1981년 프랑수아 미테랑 정권 출범 이후 1995~97년의 2년 여를 제외하면 처음이다.
17일 프랑스 내무부의 최종 개표 결과 355석을 차지한 시라크 대통령의 정치연합체인 대통령여당연합(UMP)이 단독으로 과반수를 훨씬 넘는 등 중도우파가 399석, 중도좌파는 178석을 확보했다.
지난달 대선에서 극우 돌풍을 일으켰던 장-마리 르펜 당수의 국민전선(FN)은 한 석도 얻지 못했다.
이 같은 우파의 압승은 전 좌파 정부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 국민의 코아비타시옹 거부, 거국적 반극우 전선에 힘입어 상승작용을 일으킨 이른바 ‘시라크 효과’로 풀이된다.
또 대선 패배 이후 좌파 내부의 혼란, 덴마크 네덜란드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 서유럽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는 우경화 경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1997년부터 5년 동안 집권하며 성공적인 경제정책과 실업률 감소 등의 업적으로 재집권을 노렸던 사회당은 범죄, 이민 등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불안을 도외시한데다 대선 참패 등 심화한 좌파 정부 인기하락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결국 “총선에서도 우파에 권력을 몰아줘서는 안 된다”는 호소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대패했다.
이번 총선은 시라크 대통령의 재선에 반발하는 ‘역풍’이 좌파 승리를 이끌어낼지 모른다는 일부 정치 전문가들의 전망에도 불구하고 대대로 대통령과 의회를 지배하는 정당의 소속 정파가 달라 정치적 비효율을 양산했던 이른바 좌우동거 정부에 대한 유권자 거부 심리가 우파 압승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우파가 공화국연합(RPR), 프랑스민주연합(UDF), 자유민주(DL) 등 3대 정당을 묶어 사실상 단일정당인 대통령여당연합(UMP)을 창설, 후보단일화에 성공한 데 반해 좌파는 내부 이견으로 선거운동 한번 제대로 펴지 못한 채 분열했다.
권력의 정점에 다시 서게 된 시라크 대통령은 의회 지지를 바탕으로 사회, 경제제도의 자유주의적 개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시라크 대통령과 UMP는 이미 고용, 연금 등 사회규제 완화, 감세 등을 약속했으며 경제구조를 자유주의적으로 바꾸고 최대 국민 관심사로 떠오른 범죄예방, 치안강화를 위해 대대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과도내각을 이끌고 있는 장-피에르 라파랭 총리는 우파 압승이 확정되자 “정부와 새 의회는 유권자들을 실망시키지 말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국정전반의 신속한 개혁을 다짐하고 “시라크 계획이 의회 과반수를 획득했다”고 환호했다.
그러나 해고요건 완화, 연금개혁 등에는 이해 관계자들로부터 적지않은 반발이 예상되며 감세 등의 공약도 재정여건상 여력이 크지 않아 우파적 개혁 앞에는 적지않은 험로가 예상된다.
김용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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