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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쓴소리] 우리 모두가 정치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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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쓴소리] 우리 모두가 정치를 하자

입력
2002.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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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ㆍ13 지방선거는 끝났다. 이번 선거의 의미가 무엇이건, 정치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정치 개혁의 핵심은 정당 개혁이다. 정당 개혁은 가능한가? 나는 정당 내부의 문제 이외에도 한국 사회의 문화적인 이유 때문에 정당 개혁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문화의 문제를 따져보자.

언론과 시민단체에서부터 평범한 소시민에 이르기까지 정당 개혁을 외치는 사람들은 수없이 많다.

아니 거의 모든 국민이 원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당 개혁은 요원하다. ‘정당 개혁론’의 방법에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기존의 방법은 ‘정당 혐오주의’에 편승하는 방식이다. 악착같이 관객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무대를 향해서만 비판을 퍼붓는다. 정당 개혁을 외치는 집단이나 사람은 다음과 같은 전제를 내세운다.

“나는 정치를 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고로 나는 깨끗하다. 나는 어떤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다. 고로 나는 공정하다.”

내가 감히 장담하지만, 위와 같은 전제를 극복하지 않는 한 정당 개혁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정당 개혁을 외치는 사람들이 직접 무대로 뛰어 올라가 배우들을 전면적으로 물갈이하면서 기존 구조와 관행을 바꿔야 한다.

주기적으로 극소수의 깨끗한 사람들이 정당에 영입 되는 기존의 ‘수혈’ 방식은 멀쩡한 사람을 타락하게 만드는 첩경일 뿐 아무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다.

나는 과도기적으로나마 정당 건설 또는 참여를 목표로 삼는 시민운동 단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를 바란다.

시민들에게 “우리는 절대 정치하지 않을 테니 믿어달라”고 말할 게 아니라 “우리가 떼거리로 직접 뛰어들어 이 썩어빠진 정치를 바꿀 테니 기존의 생각을 바꿔달라”고 말해야 한다고 믿는다.

시민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위선과 기만’이다. 절대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큰 소리 쳤다가 나중에 슬그머니 정치판에 뛰어든 사람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바로 이런 행태가 정치 혐오주의를 더 부추긴다. 그런 식으로 하지 말고 처음부터 당당하게 정치 하겠다고 밝히라는 것이다.

나라 잘 되게 하기 위해 정치 하겠다는 게 뭐가 나쁘냐고 항변하라는 말이다. 정치를 욕 하고 저주하는 것으로 자신의 도덕성을 과시하는 기존의 엽기적인 문화를 도대체 언제까지 지속시켜야 하겠느냐고 호통을 치라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 사회의 ‘정치 과잉’을 비판하지만, 말은 바로 하자. 그간 한국 사회엔 정치가 없었고 지금도 없다. 있다면 그것은 정치를 빙자한 ‘과잉된 이권 다툼’일 뿐이다.

정치 혐오주의는 처음에 구멍을 내는 게 어려울 뿐 일단 구멍이 뚫리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답은 하나다. 객석에만 머무르면서 저주하고 개탄하는 일은 이제 그만 하고 모두다 무대 위로 뛰어 올라가는 것이다. 이게 바로 이번 선거가 우리에게 준 최대의 교훈이 아닐까?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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