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청와대는 힘이 빠져 있다. 경제도 순항중이고, 월드컵 대회도 안전하게 치러지고 있고, 축구 대표팀이 반세기의 숙원인 16강에 오르는 등 좋은 일이 많지만 웃을 수 없는 처지이다.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 내홍에 휩싸인 데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차남 홍업(弘業)씨가 19일 검찰에 소환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민주당에서는 ‘DJ와의 차별화’주장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고 대통령 세 아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 김홍일(金弘一) 의원의 사퇴론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지방선거 패배와 민주당 내홍, 대통령 세 아들 문제에 대해 청와대는 ‘모범답안’을 읽고 있다. 청와대는 정치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며, 민주당이 지금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를 바라며, 홍업씨에 대한 검찰 수사는 엄정하게 이루어질 것이라는 얘기 등이다.
그러나 청와대가 ‘김 대통령이 탈당한 이상 청와대와 민주당은 별개’라는 형식 논리를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정서적 인연은 여전하고 이번 선거에서 대통령 세 아들 문제가 민주당의 결정적 패인이었다는 점도 부인하지 않는다.
문제는 마땅한 수단이 없는 현실이 청와대의 처지를 외롭게 하고 있다. 개각을 한다고 국민이 감동할 리도 없고, 78일째 홍업씨 주변을 샅샅이 뒤지는 검찰 수사에 뭐라고 덧붙일 말도 없다.
다만 홍업씨 사법처리 후 김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하는 방안은 검토되고 있다. 낮은 자세의 사과, 남은 임기 동안 국정에 전념하겠다는 각오가 담기겠지만 그것이 흐름을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청와대는 이런 현실을 민주당이 인식하길 바라고 있다. 이미 대선전은 시작됐고 청와대는 손을 뗐는데도 민주당이 여전히 청와대만 쳐다 보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 세 아들 문제가 악재임에는 틀림없지만, 민주당이 그 현실 위에서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 아들 비리보다 더한 의혹이 한나라당에도 있으며 세력간 연합, 젊은 지지층의 공고화, 이슈 개발 등 할 일들이 널려 있다”면서 “대선은 청와대가 아닌 민주당이 치른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