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들스보로의 재앙’으로 축구사에 기록된 북한과 이탈리아의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 경기의 영웅은 단연 북한의 박두익이었다. 당시 이탈리아인은 물론 많은 세계 축구팬들은 전반 41분 결승골을 넣어 북한을 8강으로 이끈 주인공 박(Pak)을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다.18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서 열리는 한국_이탈리아의 16강전서는 박지성(21ㆍ교토)이 새로운 역사의 ‘박’으로 기록될지 모른다. 현재 상황으로 볼 때 그가 ‘이탈리아 킬러’가 될 가능성은 많다.
우선 박지성은 유럽 전문킬러이다. 지난 달 21일 잉글랜드, 26일 프랑스 등 두 차례 평가전에 이어 14일 포르투갈과의 월드컵 D조 예선 최종전서 모두 골을 뽑았다. 상대가 모두 유럽의 강팀이라는 점에서 이탈리아는 박지성에 대해 각별히 경계하는 눈치.
그가 유럽팀을 상대로 실력을 과시할 수 있는 이유는 왕성한 체력과 뛰어난 투지, 그리고 경기의 흐름을 읽는 영리함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불과 3~4개월전만해도 주로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아 눈에 띄지 않았다. 전문가들과 히딩크 감독만이 상대 공격의 흐름을 끊고, 공격에 패스를 정확히 연결하는 능력을 인정했을 뿐, 보이지 않는 살림꾼인 그를 알아보는 팬은 별로 없었다.
1월 북중미 골드컵에서 잠시 공격형 미드필더로 테스트 받았던 그는 지난 달 평가전서 본격적으로 측면 공격수로 나서면서 득점력을 인정 받았다.
상대 문전을 휘젓고 다니며 찬스를 만들어 주는 것은 물론 수비형 미드필더를 적극 도와주는 협동 수비에도 뛰어나 공수를 안정 시킨 재목으로 서서히 재평가 받기 시작했다.
박지성은 14일 포르투갈의 주앙 핀투의 백태클에 넘어지면서 미국전에서 다쳤던 왼 발목이 다시 재발 됐다. 그러나 16강전에는 무난히 나설 전망이다. 박지성이 오른쪽 포워드로 출전할 경우 이탈리아 수비의 핵 파올로 말디니(34ㆍAC 밀란)와 맞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현재로선 박지성의 우세를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탈리아 최대 스포츠 전문지 라 가제타 델로스포르트의 니콜라 세셸 기자는 “박지성이 스피드와 체력을 앞세워 노쇠한 말디니를 충분히 뚫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세셸 기자는 “중앙 스트라이커 황선홍 안정환보다 박지성의 골 결정력이 더 나아보인다”며 “박지성이 이탈리아로서는 경계 대상 1호”라고 덧붙였다.
대전=월드컵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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