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에 진출한 일본선수들이 며칠 전 한국의 16강 진출을 축하하며 “요코하마(결승)에서 만나자”고 말했단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다소 황당한 느낌이 들었다.요즘 월드컵 현장에는 이처럼 뜬금 없는 이야기들이 나돈다. 한국에게 5_0으로 이긴 팀, 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2의 승수가 되는 2, 4, 8, 16위팀들이 탈락한다는 등의 이야기가 대표적 사례다. 물론 이것은 단면적으로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다. 그만큼 이변이 많은 것이다.
미국의 어떤 신문은 이를 두고 ‘세계축구가 평준화 되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단언하건대 이것은 이번 월드컵에서만 생긴 일시적인 현상일 뿐 세계 축구의 평준화 현상은 아니다.
즉 한국과 일본의 기후, 잔디특성, 유럽리그의 촉박한 일정으로 인한 강팀들의 준비부족 등 여러 이유로 생긴 이변일 뿐이다. 스웨덴_세네갈의 16강전도 사실 보이지 않게 기후가 작용했다. 날씨가 좀 선선했다면, 아니 야간경기로 열렸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었다.
한국과 일본의 투박한 잔디도 그렇다. 지단이나 피구, 베론, 라울 같은 대스타들이 유럽의 잔디에서도 여기에서처럼 볼 콘트롤을 실수할까. 스타들은 또 촉박한 준비일정 때문에 아직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나마 브라질 잉글랜드만이 적응을 마친 듯 하다.
이런 상황에서라면 한국과 일본이 결승에 못 갈 이유도 없다. 더군다나 홈그라운드다. 국민의 엄청난 응원을 등에 업고 있다. 기후나 시차, 잔디 등 적응에 문제될 것이 없다. 빠른 템포의 플레이와 치밀한 압박도 어느 팀에 뒤질 바 없다. 기술부족이야 장기간 합숙으로 단련된 조직력으로 커버할 수 있다.
아무튼 이변은 여러가지 이유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나를 슬프게하는 것은 무엇보다 명승부가 없다는 사실이다. 잉글랜드_아르헨티나전, 그리고 프랑스가 패할 때 세네갈과 덴마크가 보여준 인상적인 전술 외에는 명승부가 될 만한 포인트가 거의 없다.
원인 중 하나는 지나친 승부욕에 사로 잡힌 팀들의 소극적 전술때문이다. 그런면에서 파라과이를 물리친 독일이나 후반 한골을 지키려다 화를 자초한 스페인이 그런 부류의 팀들이다. 물론 독일과 스페인은 훌륭한 팀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한일월드컵에서는 보다 다이나믹하고 적극적인 자세가 되길 원한다. 초췌한 승리 보다는 세계 축구팬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려는 노력, 그것이 축구인들이 월드컵에서 가져야 할 진정한 자세가 아닐까.
/KBS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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