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 감독의 후광을 업어라.’한국 축구 대표팀 히딩크 감독의 주가가 연일 상종가를 치면서 네덜란드 기업들이 뜻밖의 ‘히딩크 수혜주’로 떠올랐다.
히딩크 효과를 가장 톡톡히 누리고 있는 기업은 그를 광고 모델로 내세운 삼성카드이지만 네덜란드 기업들로서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네덜란드계 생명보험회사인 ING생명은 요즘 히딩크로 인해 높아진 네덜란드에 대한 관심 때문에 희희낙낙이다. ‘히딩크식 경영 = 네덜란드식 경영’으로 받아들이는 고객들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
실제 세계 최초로 동성간 결혼을 허용하는 등 네덜란드의 국민성은 자유, 합리성, 실용성 등을 강조하는 히딩크의 스타일과 많이 닮아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전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던 고객들도 최근에는 ING생명이 히딩크 감독처럼 합리적으로 경영을 할 것 같다는 격려의 메시지를 전해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필립스코리아, LG-필립스 LCD 등 필립스 관계사들 역시 “당장 큰 변화는 없지만 한국 내에서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데 히딩크 감독의 역할이 큰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히딩크 감독이 1980년대 중반 네덜란드 필립스 본사의 축구팀 감독까지 지낸 바 있어 회사 차원에서도 적잖은 인연을 맺고 있다.
필립스코리아 관계자는 “네덜란드의 합리적이고 개방적인 태도를 배우자는 이야기는 이미 오래 전부터 나왔지만 히딩크 감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 더욱 부각되는 것 같다”며 “회사 차원에서 특별히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할 계획은 없지만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맥주회사 하이네켄의 국내 마케팅과 유통을 담당하는 IMC코리아 역시 히딩크 효과 극대화를 위해 고심 중이다.
국내 맥주 시장점유율은 1% 가량으로 수입 맥주 중에서는 2~3위를 달릴 만큼 규모 면에서 뒤쳐지지 않지만 하이네켄을 네덜란드 맥주로 인식하는 소비자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
IMC코리아 인현진 하이네켄 브랜드매니저는 “회사 입장에서 보면 절대절명의 좋은 기회를 잡은 것이 사실”이라며 “히딩크를 활용한 광고나 프로모션을 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영국과 네덜란드 합작기업인 유니레버코리아, ABN-암로 은행 등 다른 네덜란드 기업들 역시 직접적인 효과는 없더라도 히딩크 감독 덕분에 기업 이미지가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