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테러 공격을 막기 위해 이스라엘이 ‘천리장성’을 쌓기 시작했다.이스라엘은 16일 비냐민 벤 엘리저 국방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예닌 인근에서 착공 기념식을 갖고 불도저 등 중장비를 동원해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와의 경계선에 분리 장벽을 설치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이스라엘은 360㎞에 이르는 요르단강 서안지구 경계 전체를 방벽으로 둘러싼다는 계획이다. 1단계 조치로 160만 달러를 들여 예닌 북쪽 살렘 검문소에서부터 남쪽 크파르 카셈까지 110㎞ 구간에 방벽을 건설한다.
이 방벽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거점으로 지목되고 있는 예닌을 비롯해, 툴카람과 칼킬야 등 주요 도시를 이스라엘로부터 완전 차단하는 데 목적이 있다.
폭 40㎙의 방벽 양쪽은 1.8㎙ 높이의 철조망이, 중간에는 3㎙가 넘는 전기충격 울타리와 감시 카메라가 설치된다.
이스라엘측은 서안지구에 거점을 둔 팔레스타인 무장세력들이 경계선을 넘나들며 자살폭탄 테러를 저지르고 있어 방벽 설치는 자위권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은 1994년 가자 지구를 방벽으로 완전 봉쇄한 결과 가자 지구를 통한 자살 폭탄 테러가 1건도 없다는 점을 강변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 80%에 이르는 이스라엘 사람들도 방벽 설치에 찬성했다.
이 같은 조치는 팔레스타인은 물론 서안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에 거주하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사에브 에레카트 팔레스타인 지방자치장관은 “이스라엘이 가자에 이어 서안지구에 경계선을 설치하면서 팔레스타인을 분리 지배하려는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을 도모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팔레스타인측은 또 자유로운 왕래를 막는 방벽 설치로 팔레스타인 경제에 치명타를 입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편 20만명에 이르는 유대인 정착촌 주민들에게 방벽은 미래 팔레스타인 국가의 국경으로 비쳐지고 있으며 이스라엘 정부가 정착촌의 안전을 포기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주고 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