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3년 6월18일 프랑스 소설가 레몽 라디게가 생모르에서 태어났다. 1923년 몰(歿). 조숙한 천재가 드물지 않은 음악이나 수학이나 시문학에서와는 달리, 소설의 신동은 찾아보기 어렵다.라디게는 그런 희귀한 천재를 타고난 작가였다. 14세에 시를 쓰기 시작하며 장 콕토의 귀염을 독차지한 이 소년은 16세부터 18세까지 ‘육체의 악마’라는 소설을 써서 장티푸스로 죽기 직전인 스무 살 때 발표했다.
라디게의 이 첫 소설은 작가 자신의 대표작일 뿐만 아니라, 양차 세계대전 사이에 프랑스에서 생산된 산문 문학을 대표할 만한 걸작으로 꼽힌다.
처녀 소설이 흔히 그렇듯, ‘육체의 악마’에도 작가의 전기적 사실들이 짙게 투영돼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을 시대적 배경으로 16세의 조숙한 고교생 프랑수아와 남편에 대한 사랑이 식어버린 19세의 유부녀 말토 사이의 연애를 그린 이 작품은 소년에서 청년으로 건너가는 세대적 주변인의 내면을 차가운 눈으로 응시하고 분석하는 교양소설이자, 사랑의 생성과 소멸 과정을 섬세한 문체로 묘사한 심리소설이다.
라디게는 이 소설을 발표하면서 프랑스 문단의 총아가 되었지만, 이 작품은 그가 생전에 발표한 유일한 장편소설로 남았다. ‘육체의 악마’는 1946년 클로드 오탕라라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다.
라디게의 또 다른 장편소설은 사후 출판된 ‘도르젤 백작의 무도회’(1924)가 있다. 프랑스 심리소설의 초석을 놓은 라파예트 부인의 ‘클로드 공작부인’(1678)을 본떠서 썼다고 작가가 말한 바 있는 이 작품 역시 사랑에 빠진 유부녀와 청년의 내면 풍경을 고전주의적 문체에 실었다.
라디게는 시집으로 ‘휴가의 숙제’(1921)와 ‘달아오른 뺨’(1925)을 냈고 희곡 ‘펠리캉가(家) 사람들’(1921)을 썼다.
고종석 편집위원
aromach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