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곳은 다 나를 밀어내는 것 같았지만, 아프리카는 있는 그대로 나를 받아들이더군요.”도예가 신상호(55ㆍ홍익대 미대 학장)씨는 20여 년을 아프리카에 빠져 살았다. 아프리카는 그가 꿈꿔온 미지의 세계, 열망해온 자유가 여전히 살아있는 땅이었다.
신씨가 20일부터 7월 7일까지 갤러리현대(02-734-6111~3)에서 여는 7년 만의 개인전 ‘드림 오브 아프리카(Dream of Africa)’는 그 꿈과 열망의 결실이다.
전시회에는 2m 20㎝가 넘는 동물 형상의 도예조각 20여 점이 선보인다.
산양을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말머리가 연상되기도 하고, 영화 ‘스타워즈’ 에 나오는 외계인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이 형상은 실재하는 동물은 아니다.
무엇보다 이 형상을 동물과 구분짓는 것은 눈빛이다. 그들은 동물의 형상이되 인간의 눈빛을 지니고 있다.
뭔가를 갈구하는 혹은 뭔가에 상심한듯한 눈빛이다. 신씨는 동물이면서도 그 눈빛으로 인격적 특성을 공유한 형상에서 원초적 세계에 대한 염원을 표현했다.
“1981년 처음 콩고와 탄자니아 등지를 여행하면서 그곳의 민예품에서 한국적 원시 신앙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문명의 세례를 받기 이전의 생명과 자유의 원시적 형태가 거기 있었지요.”
그는 이후 수차례 아프리카를 방문하면서 그곳의 토템에서 한국적 원시신앙과의 공통점을 발견하기도 했다.
“동물이면서도 인간적 정감을 지니고 있고, 인간적이면서도 영적인 느낌을 내뿜는 토템”을 만들고 싶은 욕망을 가졌다.
신씨는 그 형태를 원초적 재료인 흙으로 다듬었다. 흙은 그에게 가장 익숙한 소재였다.
2m 이상이나 되는 큰 작품을 그는 부분을 조합해서 만들지 않고 하나의 전체로 제작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스무 번 이상 가마에 넣었다 빼는 재벌구이를 반복하며 완성했다.
그의 이번 신작에는 회화적 요소도 강하다. 형상 못지 않게 강력한 채색이 환상적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현대 미술에서 도예는 작품 제작의 과정보다는 표현하고자 하는 개념을 더 중요시합니다. 우리 전통 도예도 이제는 개념 쪽에 더 비중을 둘 때가 됐습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1965년 이후 초기 분청사기 작업, 90년대초까지의 도조 작업을 거치며 한국 현대 도예를 대표하는 작가로 꼽혀온 신씨는 세계적 권위의 미국 도예지 ‘아메리칸 세라믹스’ 올해 여름호에 한국은 물론 동양 작가로서는 최초로 표지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우리 것’에 지나치게 집착하기보다는 이제는 ‘내 것’을 만들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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