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끝난 지 나흘만인 17일 자민련 의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여의도 63빌딩의 한 식당에서 만찬 형식으로 열린 이날 ‘의원총회’는 당의 진로를 둘러싼 의원들의 우려 등 당내 동요를 잠재우기 위해 김종필(金鍾泌) 총재가 직접 주재했다.앞서 일부 의원이 오찬회동을 갖고 JP의 2선 후퇴 등 근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으나 의총은 분위기만 무거웠을 뿐 별 논란이 일지 않았다. 의원들 대다수가 침묵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한 의원은 “답답하긴 JP나 의원들이나 피차일반인데 굳이 해결책도 없는 상태에서 ‘네 탓’을 해서 뭐하겠느냐”고 분위기를 요약했다.
이와 달리 김 총재는 “우리당은 이제부터 새출발을 해 반드시 일어설 것”이라며 “힘을 모아 어려움을 이겨나가자”고 의원들을 독려하는 등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그는 선거결과에 대해서도 “충북만 봐도 구천서(具天書) 후보가 뒤늦게 출마해서 33% 이상을 얻는 등 나름대로 선전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일부 참패론을 일축했다.
이에 앞서 JP는 마포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방장관(대전시장) 하나 졌다고 ‘몰락’ 운운하는데 쓸데 없는 소리 하지 마라”며 “우리당은 다시 일어나 묵묵히 2년 후(총선)를 향해 갈 것”이라고 힘주었다.
그는 특히 한나라당의 충청권 공략을 지휘해 온 김용환(金龍煥)ㆍ강창희(姜昌熙) 의원을 겨냥, “충청분들이 우리당에 채찍질과 꾸지람을 하면서도 인간답지 않은 사람들 지역에서는 시장과 구청장에 자민련 후보를 당선시켰다”며 “이는 정의가 살아 숨쉬고 있음을 입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탈당설이 나돈 한 의원은 “충청도에 한나라당 바람이 거셌던 것은 분명하나 공교롭게도 우리당에서 한나라당으로 옮겨 간 두 사람이 자신의 지역구에서 실패해 묘한 기분”이라고 찜찜한 표정을 지었다. 신의를 강조, 탈당 기류를 견제하려는 JP의 수(手)읽기가 나름대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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