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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켄바워 월드컵칼럼] "역시 공은 둥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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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켄바워 월드컵칼럼] "역시 공은 둥글다"

입력
2002.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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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솔직히 이번 2002 한일월드컵 우승후보로 프랑스와 아르헨티나를 꼽았다.그런데 예측은 빗나갔다. 이탈리아가 멕시코를 상대로 동점골을 뽑아내 최고의 팀이 또다시 예선 탈락하는 불상사를 막은 게 다행이다.

나는 축구 약소국들이 승리를 거둔 게 매우 기쁘다. 한국과 일본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반면 아프리카챔피언 카메룬과 올림픽챔피언 나이지리아, 그리고 남아공의 탈락은 아쉬웠다. 이 팀들은 초반부터 팬들을 매료시켰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프리카선수들은 유럽리그에서 활약, 프랑스의 비에라, 아르헨티나의 베론, 포르투갈의 피구처럼 약점이 노출돼 있다.

한 시즌 70~80경기를 소화한 유럽클럽 소속 선수들과 한국처럼 1년 이상 준비해온 선수들이 같을 수 있겠는가.

몇몇 사람들은 또 잉글랜드의 베컴이나 브라질의 호나우두처럼 부상에서 갓 회복한 선수들이 왜 다른 스타에 비해 생생해 보이는가를 묻는다. 대답은 간단하다. 베컴과 호나우두는 충분히 쉬었다. 반대로 피구의 몸놀림에는 피로의 흔적이 역력했다.

이런 이유로 국제추구연맹(FIFA)은 빨리 경기수를 줄여야 한다. 팬들도 유럽리그의 경기수가 줄어드는 걸 이해해야 한다.

월드컵이 세계최고 선수들의 기량을 감상할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되기 위해서는 약간의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 절뚝거리는 선수들을 보게 되는 현재와 같은 상황 때문에 월드컵의 의미와 목적은 이미 반감됐다.

이번 월드컵은 공동개최국 한국과 일본의 완벽하고도 감동적인 준비로 빛을 발하고 있다. 다만 장마 때문에 대회가 과거보다 12일 정도 앞서 열려 선수들의 회복기간이 부족했다는 점이 흠이다.

특히 프랑스의 지단이 한 경기밖에 뛰지 못한 건 불행이다. 지단의 결장은 프랑스에게 방향타를 없애버린 격이었다.

예선최대의 빅 매치는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전이었다. 아르헨티나는 져서는 안 되는 경기였지만 선수들은 골을 넣는 것보다 골을 갖고 노는 것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판정도 안타까웠다. 세계최고라는 이탈리아 출신 콜리나 주심이 오언의 속임수에 넘어가 페널티킥 판정을 내린 건 깊은 상처를 남겼다.

만약 이탈리아가 예선 탈락했다면 그 또한 부심의 책임이다. 이탈리아 스트라이커의 공격에 항상 오프사이드 판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나는 원래 심판 판정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성격이 아니다. 그러나 몇몇 실수는 월드컵 무대에서는 나와서는 안 되는 것들이었다.

라울의 부진에도 스페인이 8강 진출에 성공한 건 다소 의외였다. 반면 클로세라는 걸출한 스트라이커를 찾아낸 독일은 전성기를 연상케 했다. 잉글랜드를 비롯한 유럽축구는 16강전 초반 약한 면을 드러냈지만 여전히 세계축구를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강력한 우승후보를 꼽으라면 나는 브라질을 택하겠다. 조별 예선을 아주 우아하게 춤을 추듯 통과했고 호나우두는 90분을 소화할 정도로 제 컨디션을 찾았다.

비록 프랑스 아르헨티나 카메룬이 없어도 16강전 이후는 여전히 흥미로운 대결이 이어질 것이다. 모두들 이제는 우승후보에 대해 섣불리 말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심지어 세네갈이 우승할 지도 모른다. 서독의 1954년 스위스대회 우승을 이끈 제프 헤르베르거 감독이 갈파한 “공은 둥글다” 는 말은 반세기가 흐른 지금도 명언으로 남아 있다.

2006년 독일월드컵조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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