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월드컵을 공동개최키로 확정됐을 때 두 나라는 저마다 불만이었다. 일본은 뒤늦게 유치활동에 나선 한국을 못 마땅해 했고, 한국인들은 일본인들보다 더 싫어했다.세계언론의 시각도 두 나라의 협력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전체 일정의 절반이 지나고 16강전이 치러지는 지금, 공동개최가 잘못이었다거나 역대 대회와 비겨 부실하다는 평가는 없다.
오히려 처음 아시아에서 열린 월드컵은 대성공을 거두고 있으며 공동개최하길 잘했다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16강 동반진출이 확정되자 다른 아시아국가들은 ‘동아시아의 영광’이라거나 ‘아시아축구사를 새로 썼다’고 논평했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은 15일자 조간에서 ‘잘 됐다, 잘 됐다’라는 사설로 역사적 쾌거를 반겼다. ‘기쁨도 일한 공동개최’ ‘일한의 꿈이 하나로 되다’라고 보도한 신문도 있다. 한국을 ‘외국 중의 하나’로 다루지 않는 태도는 주목할 만한 변화이다.
영원히 손잡을 수 없을 것 같았던 두 나라는 새로운 공통역사의 토대를 쌓아가기 시작했다. 특히 과거사에 얽매이지 않는 양국 젊은이들은 어깨를 겯고 승리의 감격을 함께 나누고 있다. 공동개최국에는 공동책임이 있다.
한국의 잘못은 일본의 잘못이며 일본의 실패는 한국의 실패다. 축구는 진정한 한일 이해와 협력의 새로운 길을 마련했다.
아시아축구사를 다시 썼으니 이제 한일관계사도 다시 써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는 먼저 국민적 일체감을 국가 비상과 화합의 원동력으로 삼아야겠고, 과거의 일본과 오늘의 일본을 구별할 줄 알아야겠다.
일본은 더 마음을 열어 과거사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신사참배, 교과서 왜곡, 군대위안부, 독도 영유권문제가 주된 갈등요인이지만, 그런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은 이미 대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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