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는 당내 일부 충청권 및 비주류 의원들 사이에서 ‘후보 교체론’이 나오고 있는 데 대해 일단 침묵으로 대응하고 있다.“재신임 문제의 처리를 당에 맡겨놓은 상황에서 재신임 대상자가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생각에서다.
노 후보는 15일 비서실 팀장 회의 및 중진의원 들과의 회동 약속을 취소한 데 이어 당분간 대외적 공식활동 일정을 잡지 않기로 했다.
사실상 대선후보로서의 행보를 잠정 중단한 것이다. 노 후보는 17일 재신임 문제를 논의하게 될 최고위원ㆍ당무위원ㆍ국회의원 연석회의에도 참석하지 않는다.
이 또한 재신임 대상자로서 재신임 문제에 영향을 미칠 만한 행동은 철저히 배제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노 후보의 속마음까지 그렇게 허심탄회한 상태일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다.
노 후보는 미동도 하지 않고 있지만 노 후보측 김원기(金元基) 정치고문은 15일 한화갑(韓和甲) 대표를 만난 데 이어 16일에도 부지런히 움직였다.
노 후보의 한 핵심측근은 16일 “파란만장한 정치역정을 걸어 온 노 후보는 재신임 문제가 자칫 당내 세력대결 양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인식에다가 “당이 재신임 방식을 결정하면 거기에 따르겠다”고 거듭 밝힌 노 후보의 다짐을 종합하면 당내 세 대결을 통한 정면돌파도 회피하지 않겠다는 뜻이 된다.
당내 전면적 세 대결은 구체적으로 전국대의원대회, 즉 전당대회에서 재신임 문제가 다뤄진다는 얘기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한 대표와 김 고문의 15일 회동은 노 후보의 재신임 돌파 전략과 관련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노무현-한화갑 체제’로 지방선거 참패 정국을 수습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을 것이고 양측의 협력관계를 발전적으로 확산시키는 복안에 대해서도 얘기가 오갔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이날 회동에서는 한 대표의 핵심 측근 인사들이 정몽준(鄭夢準) 박근혜(朴槿惠) 의원 등과의 연대 가능성을 말하고 다니는 데 대한 진의파악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 노 후보가 8ㆍ8 재보선 이전 대선 선대위 체제로의 조기 전환에 부정적 입장을 보인 것은 한 대표 체제에 대한 측면 지원의 성격이 짙다는 분석도 나온다.
선대위 체제로 전환하게 되면 최고위원회의는 기능이 정지되고 한 대표의 위상도 패배에 따른 인책론과 맞물리면서 급격히 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노 후보측은 이처럼 ‘노-한 연대’로 위기를 돌파할 생각인 것 같고 한 대표측도 노 후보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점을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다만 노 후보측으로서는 당내 비당권파나 중도파 가운데에서도 노 후보에 대한 자발적 지지자들이 생겨나고 있는 만큼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주기 위해선 이들도 함께 끌어 안아야 한다는 부담을 갖고 있다.
노 후보가 재신임 정국을 넘어 8ㆍ8 재보선에서도 ‘노무현 당’에 걸맞게 선거를 치러내려면 분파적 방식만으로는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결국 노 후보가 세 대결과 통합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정치력을 갖고 있느냐가 관건이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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