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콘탁 연극제 초청공연(5월 24~31일)에서 돌아온 ‘레이디 맥베스’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관객을 맞고 있다.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여성 연출가 한태숙이 재창작ㆍ연출한 이 작품은 남편을 부추겨 왕을 죽이고 왕위를 찬탈하게 만든 맥베스 부인에 초점을 맞춰 인간의 권력욕과 죄의식, 그로 인한 파멸을 치밀하게 그리고 있다. 고전의 재해석이라는 어려운 작업을 잘 해냈다.
극은 살인 이후 죄의식에 시달리는 맥베스 부인을 궁중 전의가 최면요법으로 치료하는 과정으로 전개된다.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가 내내 무대와 객석을 짓누른다. 1인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에서 관객을 휘어잡은 여배우 서주희가 맥베스 부인의 광기를 열연하고 있다.
그의 악몽 같은 내면을 파헤치는 전의 겸 맥베스 역 정동환, 이를 지켜보는 두 시종 김영민 송희정의 몸짓과 대사는 그로테스크하다.
타악그룹 공명의 음악은 예민한 촉수처럼 긴장감을 자아낸다.
셰익스피어 원작에서 맥베스 부인의 죽음은 ‘왕비가 죽었다’는 단 한 줄의 전갈로 처리되지만 연출가 한태숙은 따로 장면을 만들어 넣었다. 전의가 말한다.
“나는 당신의 죄의식이다. 이제 내가 누군지 알았으니 내게 기대라”고. 이 대사는 맥베스 부인의 죽음을 항복처럼 보이게 만든다.
망설이는 남편을 비겁하다고 비웃고 두려움에 떠는 마음을 잔인한 다짐으로 몰아내던, 맥베스보다 더 ‘남자다운’ 맥베스 부인의 강인함이 느슨해져버린 감이 없지 않다.
맥베스가 위엄있는 영웅이 아니라 우스꽝스런 사내처럼 그려진 것도 불만스럽다. 공연은 23일까지 한다. (02)580-1300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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