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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단] 피버노바는 우주로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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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단] 피버노바는 우주로 날아간다

입력
2002.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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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룡-

저기 지구가 빠르게 굴러간다

지구가 아니라 지구보다 훨씬 더 둥근

2002 월드컵 공인구 피버노바(fevernova)

‘신성한 열기’라는 뜻의 이름과는 달리

냉철한 녀석은 언제나 입을 꼭 다물고 있다

사람들의 에너지가 전달하는 만큼만

굴러가고 굴러오고 뛰어가고 날아오는

직경 22.2㎝ 무게 450g의 저 신성한 작은 별

떴다 하면 6·10항쟁과 같은 붉은 에네르기의 분수

광화문에서 솟고 시청 앞에서 솟고

부산에서 대구에서 광주에서 대전에서 솟아오르는데

이상하게도 지방자치제 선거라는 횃불 사그라들고

노동자 파업의 활화산은 저 혼자만 타오른다

최소한의 면적만을 땅에 디딘 요가 수행자여

저임금 노동자가 만든 초국적 기업의 가죽옷 입고

축구공은 둥글다는 단순한 진리를 설파할 뿐

가죽옷 꿰매다 시력 잃은 소녀처럼 눈을 꼭 감은

저기 지구가 천천히 빠르게 잽싸게 획 돌아서 휙휙

휘파람 불며 우주로 날아간다

■시인의 말

요즘 월드컵 축구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월드컵 공인구 ‘피버노바’의 제조회사인 아디다스는 인도와 파키스탄 등지에서 어린이들에게 하루 12시간 이상의 노동을 시켰다는데, 다섯 살 때부터 일당 300원을 받고 일한 열 여섯 살의 인도 소녀 소니아는 화학물질이 섞인 실로 축구공을 꿰매다 시력을 잃었다는데, 그런데도 열광적으로, 냉정하게 축구 경기만 보아도 되는 것인가?

■약력

▲1966년 전남 곡성 출생 ▲조선대 법학과 졸업 ▲1989년 ‘문학과사회’로 등단 ▲시집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 ‘미리 이별을 노래하다’ 등 ▲김수영문학상(1994년)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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