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 감독의 축구는 흔히 그의 이름을 영어식으로 해석해 ‘싱크사커(think soccerㆍ생각하는 축구)’라 불린다.그는 연습 때면 선수들에게 항상 “경기 중 생각하며 뛰라”고 강조한다. 어떤 감독이나 할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그가 선수들에게 바라는 전술 이해력은 한층 고차원적이다.
히딩크 감독이 선수들에게 생각하는 축구를 원하는 것은 90분 내내 공ㆍ수의 균형을 유지하고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위치선정 능력 향상을 위해서다.
대표팀의 일부 선수들은 “히딩크 감독이 요구하는 체력 향상훈련으로 녹초가 되기도 했지만 오히려 연습 중 강조하는 전술적 움직임을 생각하는 일에 더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회상했다.
세계적인 명장으로 평가받는 히딩크 감독은 외견상 카리스마가 강한 용장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는 전략ㆍ전술에 능한 지장에 가깝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훈련과 경기 중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동을 취한다.
그는 미국전을 앞두고 황선홍과 유상철의 부상여부를 전술로 활용할 만큼 고도의 두뇌게임을 즐긴다. 포르투갈전서 폴란드-미국의 경기상황을 홍명보 유상철에게만 알려준 것도 경기운영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조치였다.
히딩크 감독이 지략에 능한 까닭은 그의 독서습관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평소 책을 놓지 않는 책벌레다. 소설을 비롯, 역사와 관련된 서적을 즐겨 읽는 그는 4~5권의 책을 한꺼번에 구입해 두루 훑어보는 스타일이다.
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3월 유럽 전지훈련 때 그의 큰 가방에는 책만 잔뜩 들어있었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비행기에서도 항상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책만 보는 독서광이지만 끝까지 모든 페이지를 다 읽는 정독가(精讀家)는 아니다.
월드컵을 앞두고 그는 선수들의 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해서인지 축구심리학을 주제로 한 서적을 많이 읽었다.
히딩크 감독은 상대 선수들과의 싸움보다 자신의 선수들을 관리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세리에A에서 활약하는 안정환을 한때 대표팀에서 제외시키고 그의 기량을 평가절하하는 등 선수들에게 항상 자극을 주었지만 경기 중에는 선수들에게 부담이 되는 행동과 언행을 삼가한다.
그의 합리적인 판단은 대표팀의 코치진에도 많은 영감을 줬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1년5개월동안 히딩크 감독과 마찰도 많이 빚었지만 그는 항상 합리적인 판단으로 사태를 수습했다”고 말했다. 항상 생각하는 자세가 그가 지닌 강점이었다.
대전=김정호·이준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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