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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 코리아-새틀을 짜자] (4)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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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 코리아-새틀을 짜자] (4)아일랜드

입력
2002.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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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 남쪽 사우스 카운티 비즈니스 파크. 세계적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연구개발ㆍ기술센터가 밀집한 곳이다. 나무와 숲이 울창한 그린벨트로 꾸며져 있어 언뜻보면 산업단지라기 보다는 말 그대로 공원에 가깝다.단지 뒷편에선 요즘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초대형 연구센터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이 곳에 입주해있는 LG전자 디자인센터의 구본호 사장은 “연구개발 전용단지로서 환경이 워낙 쾌적해 입주하려는 외국 기업들이 많다 보니 이젠 단지도 포화 상태”라고 말했다.

아일랜드는 유럽에서 외국기업의 투자가 가장 많은 나라다.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IBM, 델, 휴렛 팩커드, 제록스, 에릭슨, 오라클 등 세계적 IT기업치고 이 곳에 투자하지 않은 업체는 없다.

특히 인텔은 지난 4월 300㎜ 반도체 웨이퍼 생산을 위해 무려 20억 달러를 아일랜드에 투자하겠다고 밝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외국인 투자의 천국으로 불리우는 아일랜드지만, 사실 어디를 둘러 봐도 천혜의 조건은 찾아보기 어렵다.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한다는 것 외엔 별다른 입지적 매력이 없는, 그저 변덕스런 날씨와 농사라고는 감자밖에 지을 수 없는 유럽 변방의 척박한 섬나라일 뿐이다.

수탈과 빈곤의 불행한 역사를 가진 아일랜드는 불과 20년전(1980년대)까지도 자본도, 자원도, 일할 의욕도 없는 경제적 불모지였다.

그러나 90년대이후 아일랜드는 완전히 다른 나라가 됐다. 유럽연합(EU) 15개국의 연평균 성장률이 2%대에 머문 95~2000년중 아일랜드는 10%가 넘는 경이적 성장을 기록했다. 1인당 국민소득도 지난해 3만 유로(3만 달러)를 달성했다.

한때 한국이 ‘아시아의 용’으로 불리웠듯이, 아일랜드도 이젠 유럽내 ‘셀틱 타이거’(Celtic Tiger:셀틱은 아일랜드 민족을 지칭)로 일컬어지고 있다.

아일랜드의 변신은 전적으로 외자유치가 만들어낸 결과다. 자원ㆍ자본ㆍ시장의 불모지인 아일랜드가 370만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외국자본을 받아들이는 것 뿐이었다.

2000년 아일랜드가 유치한 외국인 직접투자는 262억 유로로 명목 국내총생산(GDP:1,035억 유로)의 무려 25%가 넘는다.

이들 외국인 투자기업이 창출한 일자리는 14만1,000명(2000년 기준)으로 전체 고용의 10%를 훨씬 웃돈다. 전체 수출(839억 유로)의 56%(470억 유로)가 외자기업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아일랜드의 가장 큰 투자흡인력은 세금이다. 이 곳의 법인세율은 10%로 유럽내 최저수준이다. 기업 입장에선 아일랜드에 투자할 경우 이익의 30~40%를 세금을 뜯겨야 하는 다른 유럽국가(영국 30%, 프랑스 40%, 독일 46%, 네덜란드 35%)보다 20~30%는 추가 투자수익이 보장되는 셈이다.

25세 이하 인구비율이 40%에 달하는 반면 시간당 임금은 다른 유럽선진국에 비해 40~70%에 불과, ‘젊고 싱싱한’ 양질의 노동력을 저렴하게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고용규모가 많으면 보조금까지 지급받는다. 아일랜드 KOTRA무역관 김장한 관장은 “아일랜드 경제정책의 최우선 잣대는 고용이다. 투자유치를 위한 재정ㆍ조세정책도 고용 창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저세율, 저비용이 그대로 외국자본 유입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대외개방에 성공한 나라가 모두 그렇듯, 아일랜드 정부도 철저한 서비스 마인드로 무장되어 있다.

IBM 아일랜드법인의 로리 카렌씨는 “이 곳에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정부관계자를 만나 투자문제를 상담할 수 있다.

정권이 바뀌어도 투자정책은 일관성이 유지된다.만약 이런 비즈니스 친화적 환경이 없었다면 아무리 0% 세율이 적용됐다 해도 투자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일랜드에서 회사를 설립하는데 걸리는 기간은 통상 3~4주를 넘지 않는다.

투자라면 언제나 환영하는 아일랜드 정부지만 여기엔 중요한 원칙이 있다. 외자유치는 고부가가치 산업에 국한되며, 낡은 생산라인을 옮기는 저부가가치 산업이나 공해산업을 넘겨받는 식의 투자는 배제된다는 점이다.

아일랜드 산업개발청(IDA)의 브랜든 할핀 국장은 “아일랜드의 여건상 가전이나 일반 소비재는 우리에게도, 투자기업에게도 별 도움이 않는다.

우리의 투자정책은 어디까지나 전자 의학 금융 IT소프트웨어 등 4개 업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외자유치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것이다”고 말했다.

더블린=이성철기자

sclee@hk.co.kr

■일등공신 '산업개발청'

외자유치를 통한 아일랜드 경제의 성공스토리에서 아일랜드 산업개발청(IDA:Industrial Development Agency)의 역할을 빼놓을 수는 없다.

IDA는 잠재적 투자자 발굴에서 투자상담, 투자기업선정, 금융지원알선, 입지선정 및 공장설립 지원, 근로자 훈련, 인센티브 제공, 비즈니스 파크 조성까지 투자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원스톱 서비스’로 제공하는 정부 기관이다.

필요하다면 투자자가 살 집, 자녀의 학교 문제까지 해결해준다. 전세계 14개 지역에 투자유치를 위한 IDA 사무소가 설치되어 있으며 작년말 현재 IDA가 유치한 외국인 투자기업은 모두 1,225개에 달한다.

IDA의 투자지원 활동 가운데 가장 주목할 점은 ‘애프터 서비스’ 기능이다. 투자하려는 기업 뿐 아니라, 이미 투자한 기업에 대해서도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IDA는 이를 위해 투자기업마다 고충처리를 위한 담당직원을 선정해놓고 있는데, 통상 직원 1명이 10~20개 기업을 담당하며 대규모 투자기업은 아예 전담직원을 두고 있다.

IDA 관계자는 “새로운 투자를 유치하는 것 못지 않게 이미 투자한 기업을 계속 유지하고 추가투자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시로 애로사항을 체크하고 일단 고충사항이 발생하면 직접 현장에 나가 해결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외자유치 그늘…외국기업 매출 77% 해외유출

국민소득 3만 유로의 나라치고 아일랜드의 인프라는 의외로 낙후되어 있다. 변변한 고속도로도 없고, 수도 더블린 조차 시내도로는 비좁고 울퉁불퉁하다.

세계적 IT기업이 몰려있지만, 인터넷은 아직도 전화모뎀 수준이다. 이런 지표와 현실의 격차는 최근 아일랜드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외자유치 논란의 상징적 단면이다.

외자유치가 아일랜드에 고속성장과 고용안정, 소득증대를 안겨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외국기업이 아일랜드에서 벌어들인 돈에 비하면, 국내경제에 기여한 부분은 아주 제한적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지 경제월간지 ‘비즈니스 플러스’는 최근 특집기사에서 “아일랜드에 진출한 외국기업의 총매출액중 77%는 배당과 각종 지불대금으로 해외로 빠져나갔다. 나머지 23%만 급여와 원료구입비등으로 아일랜드 경제에 기여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10%의 낮은 법인세율 덕분에 다른 유럽국가에선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투자수익을 남김에도 불구하고, 아일랜드 경제에 떨어지는 돈은 극히 일부분이며 대부분의 돈은 해외로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국부유출’ 논란인 셈이다.

특히 10%의 낮은 법인세율 때문에 높은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정부 재정수입은 넉넉치 않으며, 이로 인해 낙후된 인프라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기업에 의해 창출되는 고용효과에 대해서도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비즈니스 플러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투자기업을 통해 1만3,100개의 신규 일자리가 만들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정리해고 등을 통해 1만7,000개의 일자리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또 외국기업에 의한 수출증가도 내용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일종의 내부거래인 본ㆍ지사간 거래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수치상 거품이 많다는 주장이다.

외자유치의 장래에 대해서도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아일랜드의 물가와 임금이 이미 빠른 속도로 상승하는 상황에서, 저렴한 동유럽 국가들의 EU가입이 완료된다면 더 이상 유럽의 투자천국으로 남아있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아일랜드로선 한편으론 외국기업의 투자과실이 국민들의 실질적 삶의 질 증대로 돌아가도록 유도하고, 다른 한편으론 외국과 투자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새로운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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