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에 있는 일본계 사채업자로부터 1,000만원을 빌렸다가 3개월 연체한 K씨(34)는 최근 소름이 끼치는 일을 당했다. 집에서 기르는 개의 귀에 채무상환 독촉장을 스테이플러로 박아둔 것을 아이들이 보고 기겁한 것이다.이는 국내 사금융 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일본계 사채업체들이 최근 동원하고 있는 교묘하고 악랄한 채권회수 수법의 하나다. 금융감독원과 상호저축은행중앙회가 16일 발간한 ‘일본계 사채업자들의 채권회수 요령’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은 채권회수를 위해 그야말로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치밀한 독촉수단
일본계 사채업자들은 채무자가 상환을 하지 않을 경우 전화, 문서발송, 전보, 가정방문 등 전방위 수단을 동원한다.
먼저 전화로 채무자의 근무처 총무과 등에 빚을 갚지 않고 있음을 알리고, 다음에는 가족과 친지에게 전화를 걸어 채무자에게 정신적인 압박을 가한다. 채무자에 대한 직접 전화는 맨 마지막 순서다.
채무자와 연락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휴대폰 자동응답기능을 이용해 1시간마다 계속 전화해서 괴롭힌다.
다음 공세는 문서독촉. 근무지와 자택에 주2회 편지봉투가 아닌 A4크기의 대봉투를 사용해 겉표지에 ‘독촉장 재중’이라고 적은 문서를 발송한다. 가정 방문시에는 주로 월급날 직후 심야시간이나, 온 가족이 숙면을 취하고 있는 새벽 시간대를 활용한다.
채무자가 나타나지 않을 때는 매일같이 가족들을 불러내 으름장을 놓고 연체기록 사본을 건네는 등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자녀의 책가방 속에 독촉장을 넣기까지 한다.
이와함께 채무자를 ‘반사회적 인간’으로 만들어 버린다. 채무자의 친구, 근무처를 비롯해 자주 들르는 거래처, 이발소, 스낵바 등에까지 전화를 해서 얼굴을 못 들고 다니게 하는 것.
■채무자 추적조사
일본 업자들의 채무자 추적은 극도로 치밀해 국내 사채업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주민등록, 전화번호, 이웃집, 가족구성, 자녀 학교, 근무처, 교우관계 등에 관한 정보 수집은 기본이다.
심지어 채무자 주택의 전기 및 가스계량기, 수도미터기, 베란다 현황까지 파악하고 있다. 채무자가 부재중이거나 두문불출할 경우 출입문에 종이쪽지 집어넣기, 열쇠구멍에 담뱃재 넣기, 문 틈새에 껌 붙이기, 자물쇠구멍에 접착제 부어넣기 등 비밀표식을 해 가족들의 출입현황까지 시시각각 점검한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일본계 사채업자들이 번창하면서 채무자들의 가족을 괴롭힌다는 신고가 전체 피해신고건수의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채무사실을 정당한 사유없이 가족 등에게 알리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 신용정보법을 위반하고 있는 일본사채업자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의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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