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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고]월드컵 시민의식 / 진짜 축제는 이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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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고]월드컵 시민의식 / 진짜 축제는 이제부터

입력
2002.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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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염원인 월드컵 16강 진출을 달성했던 6월 14일은 8·15 광복 다음으로 온 국민이 가장 기뻐한 날이 아니었던가 싶다.그것은 우리 대표 선수들의 피와 땀이 일궈낸 승리이며, 온 국민의 열과 성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우리 모두의 값진 승리였다.

전국 각지를 밤새 떠들썩하게 했던 그 감격과 흥분은 앞으로 두고두고 한국인의 자긍심을 높이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더욱이 그 열광의 도가니속에서도 스스로 질서와 공중도덕을 지키려는 성숙한 시민의식은 16강 진출 이상의 의미가 있다.

전세계가 지켜본 뜨거운 용광로 같은 길거리 응원은 이제 ‘대~한민국’’필승 코리아’구호와 함께 국가의 힘 ‘코리아’의 가치를 더욱 높여줄 것이다.

이제 16강을 넘어 8강과 4강 그리고 그 이상을 바라는 것은 우리의 국민 정서로 볼 때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기대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있을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지금보다 더 열정적이고 질서정연한 응원이 이뤄지리라 믿는다.

하지만 우리는 16강 진출로 ‘대~한민국의 잔치’가 끝나도 좋다. 그 동안 간절히 원했던 목표를 달성했고 그 성과도 충분히 평가받을 것이다. 앞으로의 승리는 그저 부담감 없는 바람일 뿐이다.

‘말 타면 종 부리고 싶다’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하지 않던가?

16강전과 8강전, 또 그 이후의 경기에서 승리에 대한 기대가 지나친 나머지 행여 경기에 졌을 때 심한 실망감으로 이어져 지금까지 각고의 노력으로 이룬 월드컵의 성과가 저평가되거나 퇴색되지 않을까 염려되는 것이다.

그동안 16강에 대한 강한 염원 때문에 걱정과 애타는 심정으로 지켜보느라 긴장하고 불안했던 마음에서 벗어나 이제는 목표 성취 뒤에 승자만이 가질 수 있는 느긋함과 여유로움으로 축제를 즐기자.

이러한 정신적 여유는 앞으로 한국 선수들의 심적 부담을 줄여 보다 좋은 경기를 가능하게 하고 16강 달성 뿐아니라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라는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게 할 것이다.

진정 즐겁고 행복한 우리들의 월드컵 잔치는 지금부터일지도 모른다. 또 우리의 시민의식은 지금부터 평가대에 오를지 모른다.

이번 월드컵은 여러 모로 우리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한 것 같다.

비록 외국 지도자의 도움을 받았지만 축구계의 학연이나 지연과 같은 고질적인 한계들을 극복하고 과학적 훈련과 체계적 선수관리를 통한 경기력 향상으로 눈부신 성과를 거둠으로써 한국 축구에 대한 자신감과 새로운 비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이번에 보여준 국민적 단합과 선진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새로운 활력과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또 세계 정상을 향한 한국 축구의 끊임없는 도약을 가능케 할 것이다. 다음에 있을 2006년 월드컵에서 8강을 뛰어넘은 ‘4강 잔치’를 기대한다.

/이종길 충남대학교 사회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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