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구주류인 동교동계 구파는 선거참패 결과를 놓고 소장파 의원들이 다시 책임론과 쇄신론을 꺼내 든 데 대해 불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동교동계 의원들은 일단 선거참패 원인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세 아들 문제와 측근 비리에서 비롯했다는 점에서 “지금은 책임론과 쇄신론을 거론할 때가 아니라 단결할 때”라는 선에 머물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이미 한 차례 쇄신논쟁을 통해 권노갑(權魯甲) 전고문을 퇴출시켰던 쇄신파 의원들에 대한 냉소를 드러냈다.
이훈평(李訓平) 의원은 “김홍일(金弘一) 의원 문제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었을텐데 쇄신파들이 먼저 언론에 흘려 쫓아 내는 모양을 만드는 바람에 어쩔 수 없게 돼 버렸다”며 “지금은 쇄신파가 회의를 해 발표하면 당이 따라가는 형국”이라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박양수(朴洋洙) 의원은 “책임론으로 갑론을박할 때가 아니라 지금이라도 노무현(盧武鉉) 후보 중심의 체제를 갖춰 노력해야 한다”고 쇄신논쟁 중단을 주장했다.
동교동계의 한 관계자는 “동교동계는 비록 발언권을 잃었지만 여전히 당의 지배 주주로서 당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라면서도 “노무현-한화갑(韓和甲) 체제가 구심력이 약하고 구성원들의 생각이 너무 달라 이대로 가면 당이 깨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고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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