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로봇, 애완로봇, 간호로봇, 가정교사로봇…. 로봇이 점점 더 인간의 모습을 닮아간다.“2020년에는 인간형 로봇이 사람의 지능수준에 도달하고, 숫자도 사람보다 많아질 것이다”라는 영국 미래학자 이언 D 피어선의 말이 결코 허풍으로 들리지 않는다.
■간호로봇과 가정교사로봇
13~16일 대전 엑스포과학공원 전시장에서 개최된 ‘2002 국제 지능로봇전시회’에서 선보인 간호로봇은 최근 우리나라에도 속속 등장하는 서비스로봇의 대표격.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정명진 전자전산학과 교수팀이 개발했다.
노약자나 장애인들을 위해 3년에 걸쳐 만들어진 간호로봇은 근력 부족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이동이 힘든 이들을 위해 걸음걸이를 도와 주는 전동 지팡이와 같은 구조를 갖고 있다.
시ㆍ청각 정보를 이용해 로봇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얼굴 인식 및 추적기능과 음원 추적기능도 있다.
얼굴 인식 및 추적기능은 카메라에 들어온 얼굴을 형태와 피부 색상 정보를 이용해 사람인지 아닌지 감지하는 기술이며 음원 추적기능은 인간의 두 귀에 해당하는 마이크를 장착해 로봇이 사용자가 내는 소리의 방향을 감지해내는 기능이다.
866㎒의 CPU에 256MB급 램을 장착했다. 윈도 98 운용체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메인컴퓨터에 무선네트워크를 장착, 인터넷 및 이메일, 영화, 음악감상을 비롯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기능까지 첨가했다.
30~50㎝이내의 가까운 거리의 장애물은 감지하지 못하는 초음파 센서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적외선 센서도 달았다. 기능상으로 치료보다는 간병에 더 충실한 셈이다.
연구팀은 “일본이나 미국 등에서는 침대에 누워 있는 환자를 도와주는 로봇팔, 음식물을 제공하는 로봇 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간호로봇은 실버타운이나 병원 뿐 아니라 인텔리전트 하우스의 서비스 로봇으로도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작비가 3,000여만원으로, 제조업체나 병원 측과 실용화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는 아직 없는 상태다.
역시 이 전시회에 출품된 가정교사로봇 ‘페가서스’는 로봇전문 벤처 유진로보틱스가 개발한 학습도우미로, 로봇에 PC와 웹의 기능, 양방향 통신기술을 적용해 학습 도중 언제라도 교사와 연결해 대화함으로써 학생 수준에 따른 맞춤교육이 가능하도록 했다.
학부모가 학습스케줄을 입력해 조정할 수 있으며 로봇의 음성과 제스처, 이메일 등을 통해 자녀의 학습 결과를 보고 받을 수 있다. 4세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 활용할 수 있다.
역시 영상처리시스템과 각종 센서 등을 사용해 장애물을 인식하며 자율주행도 가능하다.
또 얼굴의 발광다이오드(LED)를 통해 40여가지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올 10월부터 시판에 들어갈 예정이며 가격은 300~400만원 선이다.
■로봇 기술, 어디까지 왔나
‘경천동지할 신기술이 있어야 로봇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는 전문가들의 말처럼 로봇기술은 생체공학, 정보통신, 인공지능 등 기술의 총화이다.
팔 다리 등 몸체를 인간과 유사하게 만드는 기구 디자인 기술, 모터를 달아 움직이도록 하는 구동기술은 기본.
하지만 인간을 닮은 몸체와 근육만으로는 ‘지능형’ 로봇이라 불리기는 어렵다. 생각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지능은 소리를 듣고 사물을 보는 등의 인식능력을 좌우하는 센서와 판단능력으로 이루어진다. 점점 빨라지는 컴퓨터의 연산속도도 중요하지만, 로봇의 ‘지능’을 단순히 이것과 등치시킬 수는 없다.
한국과학기술원 지능제어연구센터장 오상록 박사는 “계산을 잘하는 사람이 반드시 지능이 높다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즉 주변 상황을 인식, 판단하는 능력과 시행착오를 통해 스스로 배우는 능력까지 포함해야 한다.
결국 생명체의 오묘한 신비를 닮으려는 ‘생체모방공학’이 로봇기술의 핵심이 된다.
비둘기의 귀소본능을 본 딴 첨단 항해시스템, 박쥐의 음향탐지능력을 닮으려는 레이더나 음파탐지기처럼, 인간의 복잡하고 오묘한 두뇌야말로 로봇 지능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현재까지는 신경 회로망과 진화연산, 인공지능의 핵심인 퍼지 제어 등이 대표적인 로봇의 지능화 방법론이다.
오 박사는 “뇌의 신비가 밝혀지는 날 진정한 인간형 로봇도 탄생할 것”이라고 말한다.
2000년 일본의 아시모가 불을 붙인 지능로봇 개발 바람은 인조팔로 달팽이를 잡아먹는 영국의 ‘슬러그봇’, 주사바늘을 통해 들어갈 수 있는 혈관유영로봇 등으로 점점 현실화하고 있으며 전쟁의 전략전술마저 바꿀 조짐이다.
이미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원격무기를 발사하는 무인 전투비행체와 같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로봇 시스템을 비롯해 산악지형을 정찰하는 로봇뱀, 지뢰제거용 로봇 등을 동원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로봇 관련 논문 발표수가 세계 3~4위권에 달할 정도로 충분한 잠재력을 과시하며, 1999년부터 벤처 붐을 타고 로봇만 전문적으로 연구ㆍ개발하는 업체가 20여개가 생겨났다.
특히 스스로 조립해 걷기 등 간단한 동작을 할 수 있는 교육용 로봇 (DIY-kit)의 개발이 활발하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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