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올해 초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을 전복하기 위해 중앙정보국(CIA)에 후세인 살해를 포함한 광범위하고 은밀한 작전을 수행토록 지시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6일 보도했다.부시 대통령은 이 명령을 ‘자위 행동이 필요할 경우’로 한정하긴 했지만 역대 미 정부가 금지한 ‘암살’을 사실상 용인한 것이어서 적지 않은 파문이 예상된다.
이 신문은 ‘워터 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한 봅 우드워드 기자의 기명 기사에서 부시 대통령이 서명한 후세인 전복 작전 명령에는 CIA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현 이라크 정권을 무너뜨리도록 명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원 가능한 수단에는 ▦이라크 반군 등에 대한 금전ㆍ무기 지원 확대 ▦이라크 정부나 군사ㆍ정보 조직에 대한 정보 수집 강화 ▦아프가니스탄 투입 병력과 유사한 CIA와 미군 특수부대의 활용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작전 수행 중 자기 방어가 필요할 경우 후세인을 죽일 권한까지 부여했으며, 이 작전에 이미 수천 만 달러의 자금까지 배정했다. 미국 관리들은 CIA의 작전이 경제ㆍ외교 압박을 포함한 후세인 제거 작전의 일환이며 결국 전면 군사공격으로 이어질 것이라 보고 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하지만 명령 승인 이후 조지 테닛 CIA 국장은 부시 대통령과 전시 내각에 본격적인 군사 작전과 경제ㆍ외교 압박 없이 CIA 단독으로는 성공 가능성이 10~20%에 불과하다고 건의했다.
일부 미국 관리들 역시 부시 정권의 현 정책 기조 아래서 이라크와의 군사 대립은 불가피할 수 있지만 상황을 광범위한 외교ㆍ경제 압박과 비밀 작전 등 전방위로 확대할 필요까지 있는지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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