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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태의 그림으로 축구 읽기 / '여유'에서 나온 박지성 환샹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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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태의 그림으로 축구 읽기 / '여유'에서 나온 박지성 환샹슛

입력
2002.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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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칼럼의 주제는 전술적 측면에 관한 것이다.그러나 오늘만큼은 포르투갈전서 박지성의 결승골 장면을 이야기하고 싶다. 박지성이 (명지대학교 출신의) 내 제자라서가 아니다. 그 장면은 정말 어려운 상황에서, 가장 아름다운 묘기로 이뤄낸 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결정적 찬스에서 스트라이커의 행동 하나에 따라 승부가 엇갈리는 경우가 많아 한번 짚어볼만한 문제이기도 하다.

박지성은 왼쪽에서 날아온 이영표의 센터링을 가슴으로 트래핑했다. 바로 앞에는 포르투갈의 세계적인 미드필더 콘세이상이 서 있었다. 만약 볼을 발 아래로 떨어 떨어뜨려놓고 트래핑했다면 상대에게 빼앗겼을 상황이다.

이를 알아챈 박지성은 오른발로 살짝 볼을 왼쪽으로 띄워올려 상대 수비수를 따돌렸다. 그리고 공이 땅에 떨어지는 동시에 왼발슛, 골문 안으로 집어 넣었다.

이러한 동작은 쉬운 것이 아니다. 볼을 처리해야 하는 지점이 골이 나오기 어려운 사각지대이기 때문이다. 이 상황서는 한번에 3가지, 즉 볼을 띄울 때 어떤 기술을 사용해야 할지, 상대방이 어디에 있는지, 또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를 동시에 생각해야 한다.

박지성의 기술에는 이 3가지가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정말 세계적인 선수들이 할 수 있는 어려운 기술이었다. 자랑스럽다.

그러나 이번 대회서 세계적인 스트라이커들도 박지성처럼 하지 못했다. 완벽한 찬스를 만들어 놓고도 득점을 못 올리는 것은 욕심때문이다. 스트라이커가 찬스를 잡았을 때 골키퍼가 방향을 예측하고 있다면 슛을 해선 안 된다.

그러나 프랑스의 트레제게나 아르헨티나의 로페스, 이탈리아의 비에리 같은 대스타들이 이러한 실수를 범했다(①번 상황).

만약 옆으로 패스해 주거나(②번 상황) 박지성처럼 완벽한 각을 만들어 슛을 했다면 프랑스나 아르헨티나는 16강에 진출했을 것이다(94년 월드컵서 브라질의 베베토와 호마리우가 이러한 화음을 연출했다).

아마 승리에 대한 조급증이 화를 불렀을 것이다.

반면 박지성의 골은 여유로움에서 나왔다. 굳이 아까운 지면을 빌려 이런 상황을 설명하는 까닭은 바로 여유와 조급함의 차이를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조급함은 화를 부른다. 그러나 늘 모든 상황을 체크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축구뿐 아니라 인생에서도 승리를 맛볼 수 있는 것이다.

명지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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