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 감독은 지도자 한명이 얼마나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불과 3개월전만해도 팀이 이렇게 달라질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는 위기에 몰릴 때에도 자기변명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흔들리지도 않았다. 오직 스스로 정한 목표를 향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전진하면서 팀을 꿋꿋이 이끌어 왔다. 그 원동력은 바로 인화를 바탕으로 한 팀원들의 결속력에 있다.
그의 이 같은 능력은 강력한 카리스마에서 나온다. 2000년 12월 당시 축구협회 가삼현 국제부장이 영입을 위해 히딩크 감독을 만났다.
그 자리서 그는 이렇게 물었다. “한국선수들에게 지금 당장 나무에 올라가라면 그렇게 하겠는가?” 가 부장이 “아마 그럴 것”이라고 대답하자 히딩크 감독은 “좋은 전통”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히딩크 감독은 가 부장의 대답이 부정적이었다면 한국대표팀 감독직을 고사했을지 모를 일이다.
구성권간의 인화를 우선하는 그의 지도방침은 이처럼 엄격한 규율과 절도에 바탕을 둔다. 대표팀은 항상 같은 시간에 식사를 하고 같은 시간에 식사를 마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선수들이 대화를 많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복장을 통일하고 대표선수의 자부심을 강조함으로써 일체감을 조성했다. 경기 중에는 선후배간에 ‘형’이란 호칭대신에 이름을 부르게 했다. 동양적 전통에서 보면 이는 엄청난 파격행위이다.
인화의 중요성은 실제 경기에서 나타난다. 히딩크 감독은 항상 선수간에 의사소통을 중시했다. 패스 받을 때나 볼 처리할 때 누가 처리할지 서로 대화를 통해 명확히 하는 것이다.
따라서 평상 시 선수들간에 이러한 의사소통 체계가 갖춰지지 않으면 경기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가 얼마나 인화를 중요시 했는지는 과거 사례가 잘 말해준다. 1996년 유럽선수권서 네덜란드는 백인 노장과 흑인 소장선수들의 갈등으로 8강서 탈락했다.
그 당시 감독이었던 그는 흑인 소장파의 대표주자 다비즈를 집으로 보내는 등 강경책을 구사하며 팀 분위기를 수습, 98 프랑스월드컵 4강의 위업을 이루었다. 그가 팀의 인화를 얼마나 중요시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팀의 인화를 위해 그는 자신부터 솔선수범했다. 유머감각이 뛰어난 그는 선수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비록 경기에 지더라도 선수를 나무라지 않는다. 한국대표팀의 자신감은 바로 여기에서 형성된 것이다.
한국팀은 지난 해 컨페더레이션스컵과 유럽전지훈련의 참패, 또 올 1월 북중미 골드컵 부진 등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를 수습할 수 있었던 힘은 결국 인화에서 나왔다. 그것이 2002 한일월드컵서 한국돌풍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인천=월드컵특별취재단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