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이스(1882~1941)의 소설 ‘율리시스’의 공간적 배경은 더블린이고 시간적 배경은 1904년 6월16일 하루다.작가는 광고 세일즈맨 레오폴드 블룸을 중심에 놓고 그의 아내인 소프라노 가수 몰리와 아마추어 시인 스티븐 디달러스 등 수많은 더블린 사람들의 일상을 18개의 에피소드에 담아냈다.
제목이 시사하듯 ‘율리시스’는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를 본떴다. 율리시스는 ‘오디세이아’의 주인공 오디세우스의 라틴식 이름이다.
조이스의 ‘율리시스’에서 블룸과 몰리와 디달러스는 호메로스 작 ‘오디세이아’의 오디세우스와 그의 아내 페넬로페, 아들 텔레마코스에 각각 대응한다. 다만 20년에 걸친 오시세우스의 모험이 ‘율리시스’에서는 하루로 압축됐다.
이른바 ‘의식의 흐름’ 수법 속에 감각과 기억과 연상을 다양한 문체로 교직하며 온갖 신화와 상징을 버무려낸 ‘율리시스’는 하나의 문학적 만화경이다.
조이스는 1918년 뉴욕의 문예지 ‘리틀 리뷰’에 이 작품의 연재를 시작했지만 두 해 뒤인 1920년 외설적이라는 비난을 받고 연재를 중지했다.
‘리틀 리뷰는’ 주류 바깥의 비상업적 필자들을 껴안는 이른바 리틀 매거진의 대표적 잡지였지만 ‘율리시스’에 쏟아지는 독설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조이스는 그 뒤 작품을 마무리해 1922년 파리의 영문 서적 전문 책방 겸 출판사 셰익스피어에서 간행했다.
대서양 양쪽의 두 영어권 국가에서는 이 작품의 출간을 오래도록 금지했지만, ‘율리시스’는 이내 여러 외국어로 번역되며 20세기 영문학이 낳은 불후의 고전으로 자리잡았다.
20세기가 저물어가던 1998년 미국 출판사 랜덤하우스는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영어 소설 100편을 선정하며 ‘율리시스’를 그 첫 자리에 배정했다.
고종석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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