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안에서 지방선거 참패 수습으로 대통령후보 교체론이 나오고 있어 민감한 시선을 모으고 있다. 이는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위상은 물론이고 제3 후보군의 거취, 정계개편 등과 모두 연결돼 있는 사안이다.인화(引火)성이 매우 강할 수밖에 없다. 이 논의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민주당의 운명과 함께 신당 출현 등 정치판의 지각 변동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 누가 주장하나
주로 비주류측에서 이런 얘기들이 나오고 있으나 신주류, 중도파, 소장개혁그룹 의원들 중 일부도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대선후보 경선 과정서 이인제(李仁濟) 전 고문을 지원했던 의원들도 상당수 이 편에 서 있다.
14일 민주당 의원 28명을 대상으로 한 본보 설문조사에서는 안동선(安東善) 홍재형(洪在馨) 김윤식(金允植) 이근진(李根鎭) 의원 등 4명이 명시적으로 후보 사퇴 또는 교체를 주장했다. 함승희(咸承熙) 의원 등 2명의 ‘원점에서의 근본적 방안 검토’얘기도 같은 취지로 비친다.
“모든 경우를 포함해 (후보 재신임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여론의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등의 답변도 조심스러운 접근이긴 하지만 같은 맥락이다. “여론을 좀 더 수렴해 봐야겠다”는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의 말도 여운을 남긴다.
■ 교체론의 논리
우선 “대선후보 경선 과정서 영남권 선거에 실패하면 후보자리를 반납하겠다고 했으므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형식논리가 제시된다. 주로 대선후보 경선 과정서 노 후보와 경쟁했던 측에서 이 얘기를 많이 한다.
“지방선거에서 노풍(盧風)의 거품이 확인됐으므로 이를 대체할 신풍(新風)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영남지역 득표율이 20%를 넘지 못한 점을 들어 노 후보의 영남 경쟁력 약화를 교체 이유로 꼽는 사람들이 있다.
노 후보의 자질과 품성을 문제 삼는 측도 있다. 수도권의 한 소장파 의원은 “노 후보가 지방선거 유세 과정서 잦은 실책과 실언, 품격 낮은 발언으로 점수를 크게 잃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 노 후보측과 신주류의 반박
노 후보측은 적극적인 대응을 꺼리면서도 대단히 불쾌해 하는 분위기다. 측근들은 “노 후보가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전제, “하지만 이번 선거 참패의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는 후보교체를 주장하는 측에서 더 잘 알 것”이라고 맞받았다.
한화갑(韓和甲) 대표 등 신주류측은 “대안도 없는 상태에서 당의 분열을 재촉하는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일축한다. 김원길(金元吉) 총장은 이날 “후보 재신임 절차는 밟아야겠지만 대안이 없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당정 분리 원칙을 당내 민주화의 성과로 꼽을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대통령 후보에게 선거 패배의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한다. 문희상(文喜相) 최고위원은 “누가 누구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냐”고 쏘아붙였다.
■ 정계개편과의 상관성
현재 나오고 있는 후보교체론은 결국 정계개편으로 귀착된다. 노 후보 교체와 함께 박근혜(朴槿惠) 정몽준(鄭夢準) 의원 등 비(非) 이회창 세력의 총결집을 통한 신당 창당 및 대선후보 문제의 원점 재검토가 논의의 또 다른 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민주당 내에서는 기득권 포기 및 신당 창당론이 여러 곳에서 제기됐다. 김기재, 송석찬(宋錫贊) 의원 등은 ‘철저한 파괴’와 함께 정몽준 박근혜 의원 등을 포함한 신당 창당 주장을 내놓았다. 강성구(姜成求) 송훈석(宋勳錫) 의원 등도 민주당 해체 및 박ㆍ정 의원 등 비(非)한나라 세력 결집을 통한 재창당을 선호한다.
■ 전망
후보 교체가 실제로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노 후보 외엔 대안이 없다”는 게 가장 현실적인 문제이다. 민주당이 정국주도권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아무리 기득권을 포기한다 해도 박근혜 정몽준 의원 등 ‘비이회창’세력이 민주당 중심으로 결집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노 후보가 국민경선 당선이라는 프리미엄으로 반격을 시도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반면 후보교체론이 보다 확산되면 이것이 당내 갈등을 심화시켜 민주당의 분열을 일으키는 촉매로 작용할 소지는 충분하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에서 이탈하는 세력이 생길 수 있고 이들이 영남에 연고가 있는 제3 후보군과 합작해 ‘제3세력’을 만들어 내는 식의 정계개편 시나리오도 그려볼 수 있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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