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처음 16강이 다투는 월드컵 2라운드에 함께 진출했다. 아시아 축구사상 일대 쾌거다. ‘가깝고도 먼 이웃’이자 월드컵 공동개최국인 두 나라가 아시아 축구의 신기원을 연 것이다.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이 한 골도 넣지 못해 패퇴했지만, 한ㆍ일 두 나라가 아시아의 자존심을 세웠다. 두 나라는 모두 2승1무, 승점 7을 기록하며 조 수위를 차지했다. 홈 어드밴티지가 작용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모두는 아니다.
월드컵 대회에서 아시아팀이 2라운드에 진출한 것은 북한(1966년)과 사우디아라비아(94년) 뿐이었다. 한ㆍ일 두 나라는 세계 축구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자리를 옮겨가고 있고, 그 점이 자랑스럽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출전팀 간의 수준차가 좁아져 더 이상 절대강자도 없고, 약팀도 없다는 점이 특징으로 드러나고 있다.
축구 강호로 꼽히던 프랑스와 아르헨티나, 포르투갈이 16강 탈락의 눈물을 흘리며 경기장을 떠났고, 이탈리아, 잉글랜드는 벼랑 끝에서 벗어났다. 반면 한국과 일본은 통계면에서도 유럽과 남미의 축구 강호에 맞먹는 실력을 보였다.
세계 언론의 칭찬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더라도, 하나의 경향으로 해석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동남아 언론들은 ‘한국ㆍ일본으로 대표되는 아시아 축구가 이제는 유럽이나 남미축구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으며, 8강ㆍ4강도 두려울 게 없다’고 흥분하고 있다.
여기에는 두 나라가 아시아인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바라는 희망이 섞여 있을 것이다. 그러나 브라질의 축구 영웅 지코도 일본의 4강행을 점쳤고, 예쥐 엥겔 폴란드 감독은 ‘포르투갈에 승리함에 따라 한국이 우승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과 일본의 선수들에게는 30억 아시아인의 자존심과 커다란 성원이 걸려 있다. 양국 선수들과, 이번 대회에서 큰 화제로 떠올라 세계인에게 선명한 이미지를 심어준 ‘붉은 악마’ ‘울트라 닛본’이 모두 결승 토너먼트까지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아시아 축구의 내일이 두 나라에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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