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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역사 뒤집어보기 "아하 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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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역사 뒤집어보기 "아하 그렇구나"

입력
2002.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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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 속 왜?'*'한국사, 그 변혁을 꿈꾼 사람들 '

역사는 보는 눈에 따라 얼마든 달리 해석된다. 상식으로 굳어진 역사를 뒤집어 보고, 그 이면을 파헤치면서, 경쟁자에 패해 뒤안길로 스러진 인물을 복원시킨 대중적 역사서 두 권이 나왔다.

■우리 역사 속 왜?

강만길 상지대 총장을 비롯, 22명의 학자가 통념으로 굳어진 우리 역사 속의 ‘사실’들을 흥미롭게 되짚었다.

고려대 BK21 한국학교육연구단의 박찬홍 박사는 선덕여왕(27대) 진덕여왕(28대) 진성여왕(51대) 등 신라에만 여왕이 있었던 이유를 자기 직계만을 유난히 강조한 선대 왕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사위나 동생을 다음 왕으로 책봉한 신라의 다른 왕과 달리, 이들 여왕의 선대 왕은 사위, 동생이 있었음에도 유난히 자기 가계를 신성시했다.

이들은 강력한 왕권을 구축, 방계의 왕위 계승을 제지했다. 이렇게 등장한 여왕들은 주어진 권력을 비교적 잘 행사했다.

하지만 진덕여왕은 실권을 쥐고 있던 김춘추 김유신 세력에게 위엄과 명분을 제공해주는 역할을 했으며 김춘추에게 왕위가 넘어가는 과도적 과정을 담당했다.

몽골과 고려 정부에 강력히 저항한 삼별초는 어떤 사회를 꿈꾸었을까. 무신정권 하에서 누리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자기방어적 성격의 저항은 아니었을까.

이에 대해 이정신 한남대 사학과 교수는 밀양, 대부도 등의 농민과 노비들이 자발적으로 합류하고 제주도민들이 삼별초를 해방군으로 받아들인 사실들을 들어 삼별초는 반외세에 사회적 신분적 차별이 없는 세상을 꿈꾸었다고 주장한다.

남녀차별은 우리 고유의 전통이 아니라는 주장도 담았다.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의 이 욱 연구원은 조선 초기까지 여성은 동등한 재산권을 지녔고 제사도 같이 지냈다고 말한다.

그러나 국가 경제가 악화하면서 자손에 물려줄 재산이 부족해지자 제사에 우선권이 있는 남성 자손이 재산의 대부분을 물려받고 여성은 상속에서 제외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성리학이 교조적으로 변하면서 점점 여성을 구속하는 방향으로 흘러가 남녀 차별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고구려에서부터 박정희 정권까지의 시기에 일어났던 사건들을 뒤집어 봄으로써 상식으로 여기는 역사적 사실이 틀릴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 한국사, 그 변혁을 꿈꾼 사람들

황토현문화연구소장, 전라세시풍속보존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신정일씨가 쓴 책으로 지배 이데올로기에 맞서 새로운 이념과 사상, 행동으로 시대를 앞서갔던 역사 속의 인물 14명의 일생을 소개한다.

이들 가운데 고려 무신정권 시절 천민이었던 망이와 망소이, 그리고 만적이 일으킨 봉기는 신분 해방운동의 효시로 고려의 엄격한 신분제를 철폐하는 원동력이 됐다.

조선 선조 때의 정여립은 직업적 차별이나 반상의 귀천, 남녀의 차별이 없는 대동계를 조직하는 한편 왕위의 세습을 부인하고 임금과 신하는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고 말할 정도로 혁신적 주장을 폈다.

동학 농민운동의 지도자 김개남은 정세를 관망하면서 때를 기다리자던 전봉준과 달리, 농민군이 무력을 갖추고 있을 때 부패한 나라를 뒤엎고 새로운 나라를 이루고자 했다.

이밖에 정지상과 묘청, 신돈, 조광조, 허균 등도 변혁을 꿈꾼 사람들로 다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기존 질서에 도전했다는 이유로 죽음을 면치 못했고 일가친척, 후손들까지 고통을 받았다.

정인겸은 정여립과는 무려 14촌간이었는데도 무덤이 파헤쳐지고 유골이 바람에 날려 흩어졌으며 비석도 두동강 났다. 김개남의 자손들은 살아남기위해 성을 바꿔야 했다.

저자는 “비록 정적에게 패배, 역사의 뒷전으로 밀려나기는 했지만 이들이야 말로 불꽃 같은 삶을 살다간 진정한 선각자”라고 평가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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