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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 특별기고 / 대한민국 만만세!

입력
2002.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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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다! 장하다! 우리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태극전사들아. 몇 번이고 내 몸이 으스러지도록 목청껏 소리쳐 본다. 내 생애에 이런 감동적인 날이 또 있었던가? 마침내 오늘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새로 여는 참으로 경이로운 일을 해내었다.그리고 그 현장에 내가 있다. 경기 종료 휘슬이 불자 나는 울었다. 이곳 인천문학경기장의 모든 관중도 울었다. 서울의 광화문에서 시청에서 반도의 끝 마라도에서도 온 국민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월드컵이 열리기 전까지 세계 지도상에 땅덩어리도 작고 국제축구연맹 랭킹도 보잘 것 없는 우리가 축구 최강의 나라들이 겨루는 대회에서 16강에 진출하리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세계인구의 몇 퍼센트나 되었을까? 그런 희박한 가능성에서 이루어지는 일을 우리는 기적이라 부른다.

우리 선수들은 기적을 만들어 냈다. 아니 이 기적은 우리들에게는 기적으로 보이지만 히딩크 감독과 우리 선수들에게는 기적이 아닌 땀과 눈물과 정성의 결실이리라.

너무도 고마운 사람 거스 히딩크 감독. 혼자의 힘으로 4,700만 겨레를 울고 웃게 한 사람, 지난 훈련기간 자신에 대한 편견과 비난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뜻을 지켜온 사람, 그리고 마침내 아무도 하지 못했던 일을 이루어낸 사람, 그에게 우리 국민 모두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존경과 감사를 보낸다.

나는 또 운동장에서 우리 선수들의 투혼과 함께 찜통 더위 속에서도 모진 비바람 속에서도 세계가 놀랄 만한 혼과 기를 모아 우리 선수들을 응원해준 붉은악마를 비롯한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우리 기성세대는 이제껏 젊은 세대에 대해 항상 우려와 실망을 해 왔던 게 사실이다. 삶에 대한 진지함도 깊이도 없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세대, 어려움도 시련도 모르고 몸바쳐 조국을 위해 싸웠던 기성세대가 일구어 낸 성장의 나무에서 쉽게 열매만을 따먹는 세대.

그러나 이번 월드컵을 치르며 그들이 보여준 모습은 지금까지의 것과는 너무나 달랐다. 꿈과 열정을 가지고, 주위 사람들을 배려하고 국가를 사랑하며 질서를 지킬 줄 아는 세대, 큰 것을 위해 작은 것을 기꺼이 희생할 줄 아는 세대. 그들이 있었기에 우리의 신화는 가능했으며 그들이 있었기에 우리나라의 미래는 희망이 있다.

16강 고지에 우뚝 선 우리들, 물론 우리의 목표는 16강이었고 8강 진출이며 나아가 우승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의 자랑스런 선수들은 온 국민이 그 동안 그들에게 지워주었던 기대와 성원의 부담감은 훨훨 날려버리고, 진정으로 수준 높은 축구의 세계에서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과 맘껏 어깨를 겨누며 축제의 한마당을 즐기라.

응원하는 우리들도 경기에서 지면 당장 이 세상이 끝날 것 같은 조급한 맘을 버리고 진정한 의미에서 축구를 즐기고 느끼자. 우리는 그동안 충분히 노력했고 충분히 가슴 조리며 기다려 왔고 넘치게 승리의 희열을 만끽 했으므로…. 한국인임이 이렇게 자랑스러웠던 날이 또 있었던가? 우리 국민 모두는 이날의 감동을 죽는 날까지 가지고 갈 것이다. 자 이제 다 함께 노래하자. 우리의 감격스런 승리를….

한국 축구 만세! 붉은 악마 만세! 대한 국민 만만세!

권준수ㆍ서울대 의대 신경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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