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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 16강진출 환희의 열도…日 "10년간 이렇게 기쁜일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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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 16강진출 환희의 열도…日 "10년간 이렇게 기쁜일 없었다"

입력
2002.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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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폰 반자이(일본 만세).”일본의 월드컵 결승 토너먼트 16강 진출이 결정된 14일 오후 1억 2,000만 일본인들은 일손을 놓고 일제히 환호성을 올렸다. 이날 오전 기타간토(北關東) 지방에 진도 4의 지진이 발생해 도쿄에서도 건물이 흔들릴 정도의 진동이 느껴졌지만, 월드컵 ‘대지진’을 따라가지는 못했다.

튀니지와의 예선 마지막 경기가 열린 오사카(大阪)의 나가이(長居) 경기장은 물론 도쿄(東京) 요요키(代代木) 국립경기장 등 전국의 ‘퍼블릭 뷰잉’ 공동응원장을 가득 메운 푸른 옷의 일본 서포터들은 얼싸안고 발을 구르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이들은 “최근 10년 동안 일본에 이렇게 기쁜 일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잃어버린 10년’이라 불릴 정도의 장기 경기침체와 정치권의 잇단 스캔들로 지쳤던 일본인들은 이날 하루 오래간만에 하나가 되어 승리와 희망을 만끽했다.

일과 시간인 오후 3시 30분 경기가 시작되면서 회사들의 업무는 사실상 마비됐다. 대형 완구 제조업체인 토미와 반다이, 닛산(日産) 자동차, 일본항공(JAL) 등 상당수 기업들은 아예 회사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응원해 반휴일이나 마찬가지였다.

TV 시청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관공서에서도 대부분 공무원들이 인터넷이나 휴대폰 속보 메시지를 살펴보며 손에 땀을 쥐었다. 일부 직장인들은 아예 휴가원을 내고 공동응원장을 찾거나 집에서 TV를 시청 했다.

경기 시작 전 일본 대표팀의 상징인 까마귀를 영물로 모시는 전국의 신사에서는 일본팀의 승리를 기원하는 제가 올려지기도 했다.

도쿄 증권거래소 직원들은 한국과 일본이 함께 16강에 진출하기를 기원하는 뜻에서 붉은 색 한국 유니폼과 푸른 색 일본 유니폼을 입고 근무했다. 도쿄 증권거래소측은 “일본의 승리가 경기 회복의 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도쿄 증시에서는 일본팀의 선전으로 월드컵 관련주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일본 대표팀의 유니폼과 축구화를 제공하고 있는 아식스와 대회 공식 파트너인 일본빅터 주식 등이 연일 올들어 최고가를 경신했다.

9일 대 러시아전에서 일본팀이 월드컵 사상 첫 승을 거두었을 때 서포터들의 소란 행위로 전국에서 6명을 체포한 경찰은 이날 경기장 주변과 전국의 번화가에서 삼엄한 경계를 폈다.

이날 경기가 흥분 잘하고 열광적이기로 유명한 프로야구 한신 구단 팬들의 본거지인 오사카에서 열리자 오사카 경찰국은 월드컵 개막 이후 최대 규모인 7,700여 명의 경찰관을 시내에 투입했다. 경찰은 서포터들이 기어올라가지 못하도록 신호등이나 다리 난간 등에 철조망을 설치했다.

신주쿠(新宿) 등 서포터들이 몰려드는 도쿄의 번화가에도 8,000여 명의 경찰관이 배치됐다. 경찰은 특히 흥분한 서포터들이 강이나 분수에 뛰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진땀을 흘렸다.

스미토모(住友) 생명종합연구소는 이날 월드컵이 일본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4,500억~4,600억 엔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소는 “일본의 16강 진출이 확정됐기 때문에 경제 효과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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