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후련했던 90분짜리 희극이었다."패하면 죽는다"는 올리베이라 포르투갈 감독의 말처럼 한국과 미국(이상 1승1무),포르투갈(1승1패)은 14일 밤 비장한 각오로 2개의 외나무다리를 건넜다.그러나 16강 탈락이 확정된 약체 폴란드가 킥오프후 단 5분 만에 미국의 골네트를 2차례 흔들어 드라마 전개는 한국의 의중에 달리게 됐다.한국과 포르투갈이 미드필드에서 몸을 풀면서 막 탐색전을 시작한 전반 2분 TV 화면 아래에 엉뚱하게 폴란드 스트라이커 올리사데베의 환호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한국전서 전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그가 강호 미국에 일격을 가한 것.
그러나 이는 해피엔딩 드라마의 시작에 불과했다. 3분 후 폴란드는 추가골을 넣어 한국에 조2위 팀을 정할 수 있는 특권까지 선물했다.
무조건 승리해야 토너먼트에 올라가는 포르투갈은 안간힘을 다해 공격을 폈지만 한국 미드필드의 압박에 전혀 맥을 추지 못했다.
게임메이커 피구는 송종국 김남일의 샌드위치 마크에 걸려 넘어지거나 볼을 빼앗기기 일쑤였고 골게터 파울레타는 거의 골문에 근접하지 못했다.
더욱이 전반27분 스트라이커 핀투가 지루한 미드필더 공방전에 싫증을 낸 듯 과격한 태클로 퇴장 당하자 포르투갈은 현상유지에 급급한 표정이 역력했다.
히딩크 감독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면서도 집요하게 경기를 리드할 것을 지시했다.
한국선수들은 마치 미국이 폴란드에 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듯 여유를 갖고 포르투갈을 요리해나갔다. 같은 시간 미국은 필사적이었다.
이대로 무너지면 낙관했던 16강이 물 건너갈 수 있는 위기가 도래한 것이다. 어리나 감독은 클로디오 레이나 등 공격진에게 세차게 몰아붙일 것을 다그쳤으나 번번이 폴란드의 힘에 눌렸다.
미국은 후반 20분 폴란드 포워드 제브와코프에 다시 점수를 내주자 폴란드 전보다 한국_포르투갈 전의 결과에 더욱 신경을 쓰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신은 한국의 16강 동행자로 미국을 선택한듯 했다.포르투갈은 후반 중반 수비수 베투 마저 퇴장당하자 거의 전의를 상실했다.그리고 25분 박지성이 화려한 개인기로 세계랭킹 5위 포르투갈의 골 네트를 가르자,히딩크 감독은 쾌재를 불렀다.지옥 문턱까지 밀려났다가 어부지리를 낚은 미국의 어리나 감독은 한국의 너그러움에 감사하면서 식은 땀을 쓸어 내렸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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