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13 지방선거 결과에 충격을 받은 것은 참패한 민주당만이 아니다. 한나라당의 충격도 색깔이 약간 달랐을 뿐 마찬가지였다.수도권 광역단체장 석권, 만년 열세였던 서울의 구청장 25석 중 22석 싹쓸이, 50%를 상회하는 정당지지도 등 기대치를 훨씬 웃도는 성적에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승리를 자축하는 가운데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서청원(徐淸源) 대표는 14일 “이런 엄청난 결과가 나올 지는 상상도 못했다”며 “놀랐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박희태(朴熺太) 최고위원은 “4ㆍ19 혁명 직후 구 민주당이 전체 의석의 80%를 싹쓸이한 5대 총선 이후 처음 있는 일방적 선거”라며 “첫 경험이어서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 놀라움은 그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기 위한 단순한 수사는 아니다. 놀라움 뒤에는 민심에 대한 두려움이 짙게 배어 있다.
단 한번의 선거로 각 정당의 위상과 정국 분위기를 일거에 뒤바꿔버린 민의의 심판이 다음에는 자신들에게도 내려질 수 있음을 직감한 것이다.
“민심을 헤아려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지 않으면 언제든 매서운 심판과 질책을 받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는 이회창(李會昌) 대통령 후보의 언급도 이런 분위기를 대변한다.
한 소장 의원은 “유권자들이 어제와는 다르게 보인다”며 “그 동안 지역 구민들에게 실수한 일은 없었는지 새삼스레 겁이 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체감 강도는 두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문희상(文喜相) 최고위원은 “마치 홍수가 난 것 같다”고 민심의 위력을 표현했다.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국민을 섬기는 정치를 외치지만, 늘 구두선에 그치는 정치현실 때문에 국민은 넌더리가 난 지 오래다.
각 당 지도부의 말 대로 민심의 실체가 확인된 이번 지방선거가 정치권의 각성과 정도(正道) 정치의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유성식 정치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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