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그림의 마술사' 조이한 지음“이 책에서 다룬 작가들은 ‘우상 파괴자’들이다. 기존의 사고 방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들의 그림은 발칙한 도발이거나 사회 전복의 음흉한 의도를 숨기고 있는 비도덕적인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저자 조이한(36)씨는 ‘위험한 그림의 미술사’의 기획 의도를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은 바로크 시대부터 현대까지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킨 불온한 그림의 이야기다.
저자는 카라바조, 프리드리히, 마네, 뭉크, 뒤샹 등 5명의 화가를 선택해 그들이 감행한 위반과 전복을 탐색한다.
이탈리아 화가 카라바조(1573~1610)는 당시까지 가톨릭 교단의 경직된 예술 정책을 거부했다.
그는 도무지 가까워지지 못할 것 같은 엄숙한 성인을 그리는 데 반기를 들고, 땀냄새 나는 성화를 그렸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먼지에 뒤덮인 맨발의 순례자와 하층민 출신 애인을 모델 삼아 그린 성모 마리아가 등장한다.
독일 작가 프리드리히(1774~1840)가 그린 풍경화는 그림이 갖춰야 할 형식을 망가뜨린 것이었다. 갑자기 솟아 그림 절반을 가로막는 바위산, 윗부분만 뜬금없이 올라온 나무…. 그의 풍경화는 결코 아름답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의 느낌대로 방법대로 그린 주관적인 풍경화는 고전주의적 풍경화의 틀을 깨뜨린 것이었다.
마네(1832~1883)는 사실 너무나 도발적이었다. 그의 작품 ‘올랭피아’의 창녀 올랭피아는 별로 아름답지 않은데다 다리가 짧고 뼈가 도드라져, ‘암놈 고릴라’ 같다는 얘기가 나돌 지경이었다.
그는 이 그림으로 미술사에서 가장 화려한 스캔들을 일으킨다. 파리 온 시내가 ‘올랭피아’를 비난하고 조롱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들이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은 동시대의 경험을 날카롭게 포착한 마네의 감각이었다. 마네는 변화하는 사회에서의 경험과 생기를, 자기 시대를 작품에 담는 것이 예술의 임무라고 믿었던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조씨의 말대로 “바로 현재를 역사로 의식하는 예술가들의 태도”야말로 예술의 힘이 된다.
형태를 왜곡하고 과감하게 생략함으로써 인간의 불안정한 심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뭉크(1863~1944)의 그림은 그 자체로 ‘반란 행위’였다.
관객과 비평가는 그가 체제 전복을 꾀하는 무정부주의자가 아닐까 두려워했지만, 그는 사실 상처받고 불안한 자신의 내면을 지극히 개인적인 방식으로 그린 것이었다.
현대미술의 시조라고도 불리는 뒤샹(1887~1968)이 일으킨 스캔들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샘’이라는 제목이 붙은 변기일 것이다.
예술가가 레디 메이드(기성품)를 ‘예술로 명명했다’는 이유로 예술 작품이 된다는 것은, ‘작품이 나오게 되기까지의 지적인 과정’이 예술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 전복적인 시도였다.
그것은 선배 화가들이 그러했듯 미술의 흐름을 바꿔놓았으며, 혁명적인 발상의 전환을 가져왔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