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험한 길이었다. 태극전사들이 한일월드컵에서 세계수준에 근접한 실력을 발휘하며 값진 결실을 거두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가 있었다.한국은 1954년 스위스 월드컵 때 처음으로 본선무대를 밟았으나 처참할 정도로 깨지고 돌아왔다. 헝가리와 맞붙은 첫 경기의 종료 휘슬이 울린 그라스호퍼 경기장 전광판엔 0-9란 스코어가 새겨졌다. 2차전 터키 전서도 0-7.
이후 32년은 월드컵 본선과는 무관한 암흑기였다. 7회 칠레대회 예선에선 일본 유고와 맞붙어 2승2패로 탈락했고 8회 잉글랜드대회 땐 당시 아시아 최고였던 북한이 두려워 예선 출전조차 피해야 했다. 9~12회 대회도 줄줄이 탈락했다.
좌절의 역사는 86년 멕시코 대회서 깨지는 듯했다. ‘신의 손’마라도나가 이끄는 아르헨티나와 맞선 한국은 연속 3골을 내줬으나 후반 28분 박창선의 중거리 슛으로 본선사상 첫 골을 기록했다. 불가리아와의 2차전서는 김종부의 멋진 슛으로 1-1, 첫 승점을 올렸다. 마지막 이탈리아 전은 선전하고도 2-3 패.
90년 이탈리아 대회서는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절감했다. 예선 전적 9승2무로 의기양양했으나 벨기에에 0-2, 스페인에 1-3, 우루과이에 0-1로 패했다. 94년 미국대회도 마찬가지. 골 결정력 부족으로 스페인과 2_2, 볼리비아에 0_0으로 비겼고 독일과의 3차전서는 2_3으로 석패했다.
한국은 98 프랑스대회서 차범근 감독을 앞세워 4전5기를 노렸으나 또다시 시련을 맛봤다. 멕시코에 1_3으로 역전패, 네덜란드에 0_5로 대패한 뒤 겨우 벨기에와 1_1로 비겼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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