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미드 카르자이(44) 현 아프가니스탄 과도정부 수반이 13일 진통 끝에 계속된 로야 지르가(국민회의) 비밀 투표에서 18개월 간 차기 정부를 이끌 수반으로 재선출됐다.22일 6개월 임기가 만료되는 카르자이는 이날 사흘째 계속된 로야 지르가에서 미국 유엔 등 국제사회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압승, 아프간 지도자로서의 굳건한 입지를 국내외에 다시 한번 과시했다.
수반직 선출이 마무리됨으로써 권력배분 문제를 놓고 파행을 거듭했던 로야 지르가는 일단 한숨을 돌렸으나, 카르자이 수반이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
우선 이번 수반직 선출에서 제외된 타 종족을 어떻게 아우르느냐가 최대 과제다. 카르자이는 앞으로 국방ㆍ내무ㆍ외무 장관 등 주요 각료직을 비롯해 과도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인선작업에 들어가야 하나 종족간 이해 관계가 엇갈려 황금률을 찾기가 쉽지 않다.
자칫 권력배분에 불만을 품고 이탈하는 종족이 생길 경우 정국은 순식간에 소용돌이 속에 휘말릴 수 있다. 카르자이가 속한 파슈툰족은 아프간 최대 종족이지만, 군사력은 소수 타지크족이 월등해 이들을 지휘하는 군벌들의 움직임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130석으로 예정된 의회와 사법부도 구성해야 한다.
남부 칸다하르 출신으로 인도에서 대학을 마친 카르자이는 1992년 옛 소련군 퇴각 후 수립된 정권에서 외무차관을 지내면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80년대에는 소련군의 침공에 맞서 무장투쟁에 나서 파키스탄의 페샤와르에서 망명생활을 했다.
탈레반 정권 초기 탈레반에 대해 호의적인 입장을 표명, 1996년 유엔 주재 대사직을 제의받기도 했다. 그러나 아랍계 이슬람인들의 득세에 염증을 느낀 그는 1999년 아버지가 탈레반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암살을 당한 뒤부터는 본격적인 반 탈레반 활동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미국의 아프간 공습이 시작되자 남부로 들어가 반 탈레반 세력을 규합, 정권 붕괴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말 독일 본 정파회의에서 임시정부의 수반에 선출된 이후 아프간 전통복장으로 국제무대를 누비며 수십억 달러의 재건 원조를 받아내는 뛰어난 외교적 수완을 과시했다.
국내에서는 초기 강력한 군벌들의 허수아비에 불과하다는 의혹을 일축하고 이해관계를 막후에서 조정, 타협의 명수라는 칭호까지 얻었다. 그러나 별다른 군사적 배경이 없고 미국의 절대적 지원을 받는 친미주의자로 각인된 이미지가 그가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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