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혁명에서 비롯된 생산양식의 변화는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변화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네트워크 혁명을 맹신하거나 무조건 거부해서는 안되며 네트워크 혁명의 장점은 수용하고 단점은 거부하는 정교한 인식이 필요한 때입니다.”홍성욱(41) 토론토대 과학기술사철학과 교수가 ‘네트워크 혁명, 그 열림과 닫힘’(들녘 발행)을 냈다.
이 책은 디지털 시대에 벌어지는 혁명적인 변화의 원인과 양상을 일목요연하게 꿰뚫으며 변화에 대처하는 바람직한 태도를 제시한다.
그는 책에서 지금 우리 사회가 휩쓸려 가는 변화의 원동력은 바로 정보통신 기술로 개인과 개인을 묶어줘 상호의존과 연계의 정도를 획기적으로 증가시킨 네트워크 혁명이라고 주장한다.
홍 교수는 디지털 시대의 유토피아나 디스토피아를 추상적으로 소개하는 데 그친 기존의 사이버문화 담론과 달리 네트워크 혁명이 경제적 생산양식을 어떻게 바꾸는가에 초점을 맞추었다.
“네트워크 혁명에 힘입어 초국적 자본의 유동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비정규직과 외국인 노동자가 늘어납니다. 또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탈숙련화로 임금을 하락시키고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20년 전 기업의 CEO와 노동자간의 임금격차 비율은 40대 1이었으나 지금은 무려 475대 1이라는 통계가 있을 정도지요.”
홍 교수는 네트워크 혁명이 하부구조에 미친 영향은 ‘20대80’의 사회를 떠올리게 하지만 네트워크 혁명의 부정적 측면만 강조하기보다는 그것이 지닌 열린 측면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18개월마다 같은 값으로 두 배로 성능이 좋은 컴퓨터를 살 수 있다는 무어의 법칙, 네트워크의 가치가 사용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메트칼피의 법칙, 창조성은 네트워크에 접속되어 있는 다양성에 지수함수로 비례한다는 카오의 법칙 등 네트워크 혁명 시대의 중요 특성은 네트워크의 중요성, 창조적인 지식의 중요성을 잘 보여줍니다.”
홍 교수는 이 때문에 “사실이나 현상에 대한 지식보다는 노하우(숙련)라는, 사람에게 체화된 지식의 중요성을 더 강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며 “단순직 노동자를 대체 가능한 기계나 일회용 부품 정도로 폄하하는 태도는 네트워크 시대에 걸맞지 않는 발상”이라고 꼬집는다.
또 네트워크 시대의 교육철학과 경영철학은 사람의 중요성과 사람 사이 상호의존의 중요성을 새롭게 평가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같은 공동체정신이 혁명적인 지식으로 변용될 수 있다고 홍교수는 확신한다.
홍 교수는 “네트워크 혁명에 대해 한쪽에서는 수탈, 제국주의, 음모를 얘기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나도 할 수 있다’는 식의 성공신화와 유토피아에 대한 담론만이 난무하는 가운데 변화의 핵심을 짚고 싶었다”고 말했다.
1994년 서울대에서 과학사 박사학위를 받은 홍 교수는 95년부터 토론토대 교수로 재직 중이며 지난해 9월부터 서울대 초빙교수 자격으로 한국에 체류 중이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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