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은 미뤄두자.이제 한국축구대표팀 앞에 걸칠 것이 없다. 역사적인 월드컵 본선 첫 승에 이어 16강 관문을 통과한 것만으로도 우린 이미 승리자지만 이젠 8강, 나아가 4강도 넘볼 만 하다.
한국팀의 승전보는 깜짝쇼가 아니라 투지와 실력으로 이뤄낸 쾌거이고 홈에서 펼쳐지는 이번 대회만큼 좋은 기회도 드물기 때문이다.
그 동안의 땀과 눈물, 세계를 들썩이게 한 함성, 16일 동안 진행돼온 월드컵 조별 리그를 돌아보고 앞으로 한국팀의 결선 토너먼트 대진표를 따져 보면 8강 전망이 그렇게 어둡지 만은 않다.
D조 1위로 16강에 오른 한국은 일단 G조 2위 이탈리아와 8강행 티켓을 놓고 숙명의 한판을 벌인다. 18일 오후 8시30분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질 일전은 아시아 축구사를 다시 쓸 역사적인 무대다.
객관적 전력으로는 우리에게 버거운 상대지만 이탈리아가 이번 월드컵 조별 리그 과정에서 보여준 컨디션 난조를 감안하면 승산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탈리아는 조별 리그에서 1승1무1패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4득점에 3실점 했다.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빗장수비는 멕시코와 크로아티아에 번번히 당했고 막강 미드필드와 공격수들은 컨디션 기복이 심하다.
축구 전문가들은 “지금의 상승세와 선수들의 컨디션을 감안하면 이탈리아와의 16강전이 그리 비관적인 것 만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일본에서 조별리그를 치렀던 이탈리아가 한국으로 건너와 홈팀과 붙는다는 점도 이탈리아에게는 부담이지만 우리에게는 플러스 요인이다.
스탠드를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들일 관중의 굉음 같은 함성은 이탈리아의 발을 얼어붙게 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외신들은 이탈리아가 ‘코리아징크스’에 휘말릴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AFP는 14일 월드컵 3회 우승국 이탈리아가 1966년 잉글랜드대회에서 북한에 0-1로 패한 치욕적인 역사의 그림자가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아주리 군단’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박두익의 발끝에 당한 치욕적인 골은 비록 남북이 다르지만 코리아와 상대하는 이탈리아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고 분석했다.
홈팀에다 징크스까지, 이탈리아에게 한국은 피하고 싶은 상대임에 분명하다.
만약 한국팀이 이탈리아를 격파한다면 스페인과 아일랜드 경기의 승자와 4강 티켓을 놓고 혈투를 벌이게 된다. 객관적 전력으로 볼 때 22일 광주에서 열릴 준준결승 B조는 스페인과의 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다.
브라질 잉글랜드 등과 함께 이번 대회 우승후보로 꼽히는 스페인은 조별 리그에서 강호 파라과이 남아공 슬로베니아를 잇따라 꺾고 3연승으로 16강에 올랐다.
1승2무로 E조 2위인 아일랜드는 주장 로이 킨의 결장으로 전력에 상당한 차질을 빚어 어렵게 결승 토너먼트에 진출한 만큼 강호 스페인과의 대결이 버거울 수 밖에 없다.
이탈리아의 고비를 어렵게 넘긴 한국팀에게는 스페인과의 외나무다리 대결이 이번 월드컵의 최고 클라이맥스가 될 전망이다.
스페인은 이번 대회 경기마다 3골 씩을 성공시킬 정도로 막강 화력을 자랑할 만큼 현재의 한국 전력으로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인 게 사실이다.
스페인과 한국의 8강전의 승자는 준준결승 A조 독일-파라과이, 멕시코-미국의 승자와 준결승을 벌인다.
준준결승 A조는 이번 대회에서 인상적인 플레이를 보여준 ‘전차군단’ 독일이 올라올 확률이 가장 높다.
일본에서 펼쳐질 8개국의 결승 토너먼트가 잉글랜드와 브라질의 대결이라면 한국에서의 나머지 8개국 16강전은 스페인 독일의 우세 속에 의외로 혼전이 될 전망이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