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이코노미’라는 말이 급격하게 부상하고 있다. 붉은 악마의 레드(red)와 경제(economy)를 결합한 새로운 조어다. 레이거노믹스, DJ노믹스 등을 연상하면 된다.우리 자신도 놀랄 정도의 한국 축구 팀 선전과 질서 정연한 대규모 응원, 이를 바라보는 외국인들의 시각 등이 복합돼 만들어졌다.
우리는 또 다시 해낼 수 있다는 의지를 표현한 경제학인 셈이다. ‘레드’라는 말만 들어도 극심한 ‘콤플렉스’로 온 몸을 떨었던 시대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시대가 바뀌어도 한 참 변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발 빠르게 ‘레드 이코노미의 의미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레드가 ‘끈기 있고(resilient)’ ‘열성적이며(enthusiastic)’ ‘역동적인(dynamic)’ 한국인의 국민성과도 일맥 상통한다고 풀이했다.
또 휴먼웨어가 하드나 소프트웨어보다 중요해지는 지식경제시대에 한국인의 이 같은 특성은 경제 도약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정부가 내건 표어가 ‘다이내믹 코리아’인 것과 딱 맞아 떨어진다.
■거리에 100만 명이 모여 질서 정연하게 집단 응원을 펼친 것도 ‘레드 이코노미’를 떠받들고 있는 주요 기둥이다.
분명 딴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우리만의 독특한 것이다. 언뜻 보면 광란으로 흐를 것 같지만 결코 흐트러지지 않는다. 지킬 것은 반드시 지킨다.
그 동안 한국하면 떠올랐던 화염병과 자욱한 최루탄 가스 풍경을 일시에 불식시키는데 충분하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사회적 자본’이라고 부르고 있다.
■벤처 붐이 한창 일 때였다. 당시 빨리 끓었다 빨리 식는 냄비 근성 및 바느질과 젓 자락 사용 등에 능한 우리 민족의 특성으로 볼 때 벤처는 한국에 아주 적합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었다.
그런데 그 후 어떻게 됐는가. 물론 열심히 일하는 벤처가 많다. 그러나 각종 게이트가 보여주고 있는 것은 그 반대다.
레드 이코노미가 제대로 결실을 보려면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월드컵이 끝난 후에도 그 특장이 그대로 유지될 것인가. 텅 빈 국내 프로축구 경기장이 북적거릴 것인가. 아니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예전으로 돌아갈 것인가. 두고 볼 일이다.
이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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