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수들, 오늘이야말로 어머니의 젖 먹던 힘까지 발휘해 승리를 조국에, 승리를 민족에 바칠 것을 부탁드립니다.”1960년대 스포츠중계에서 들었음직한 멘트가 이번 월드컵에 부활한다.
14일 MBC라디오 표준FM(95.9㎒)에서 한국대표팀의 16강 진출여부를 결정할 포르투갈전을 생중계할 60년대 명아나운서 이광재(70)씨. 설레는 마음에 벌써 멘트까지 준비해두었다.
TV가 시절, 사람들은 라디오 앞에 모여 임택근이나 그가 중계하는 권투, 축구 중계 방송에 가슴을 졸이곤 했었다.
“32년 만에 고국에서 하는 중계방송이죠. 우리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해 계속해서 제 목소리로 경기중계를 했으면 합니다.
”70년 KBS 아나운서실장을 떠나 ‘미국의 소리(Voice of America)’ 방송의 대북방송을 위해 파견근무로 시작한 미국생활. 벌써 32년째다.
월드컵 직전 MBC로부터 한국대표팀 경기를 라디오 중계해달라는 제의를 받고서 망설이지 않았다. 폴란드전을 미국에서 보고 5일 귀국했고, 10일 미국전을 중계했다.
60년대 올림픽, 아시안게임은 물론 축구 농구 권투 등 16종목을 중계하는 등 한때 스포츠 중계의 달인이었던 그도 30여년의 세월을 뛰어넘고 보니 달라진 축구 중계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예전에는 ‘레프트 인사이드, 포워드에게’하는 식으로 포지션으로 중계해도 청취자들은 충분히 상황을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수비가 공격으로 올라가고 공격이 수비로 내려가고 공격도 좌우로 바뀌다보니 선수이름을 일일이 불러야 하더군요.”
귀국 후 폴란드전 경기 중계 테이프를 구해 입시 공부하듯 대표팀선수의 이름, 얼굴, 번호를 외웠다.
“10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 가보니 중계석이 맨꼭대기에 있더군요. 선수들이 빨간 점으로 밖에 보이질 않는데, 정말 어려웠습니다. 김덕기 해설위원이 많이 도와줬죠.”
필라델피아, 워싱턴, 뉴욕에 한인방송을 만들었고 LA 한인기독교방송에서 선교방송을 하는 등 미국에서도 라디오방송을 계속했다.
박동선사건으로 미의회의 조사를 받으면서 기독교를 믿기 시작해 목사안수를 받았다. 포르투갈전 중계를 앞둔 이광재 캐스터는 선수들보다 더 긴장하고 있는 듯 했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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