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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 포르투갈 기대·우려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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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 포르투갈 기대·우려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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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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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프랑스나 아르헨티나가 되고 싶지 않다.”13일 한국과의 마지막 경기를 하루 앞둔 포르투갈 사람들의 표정에는 기대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한국전 승리를 발판으로 내친 김에 우승까지 갈 수 있다는 희망 뒤에는 프랑스나 아르헨티나처럼 이변의 제물이 될 수 있다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현지 언론들은 포르투갈 대표팀이 미국전 패배의 악몽을 딛고 폴란드전에서 완승을 거두면서 자신감을 되찾은 점에 고무돼 있다.

언론들은 비기기만 해도 16강 진출이 가능한 한국이 초반 수비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파울레타 등 골감각이 되살아난 공격진이 세트 플레이에 약한 한국의 수비벽을 뚫고 선취점을 얻을 경우 생각보다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열광적인 한국 관중의 응원에 대해서도 선수 대부분이 보다 광적인 분위기의 이탈리아와 영국 등 유럽 리그에서 뛰고 있어 크게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특히 폴란드 전에서 루이스 피구를 주축으로 한 막강 미드필드진의 위용을 확인한 데다 라울루 소사와 아벨 샤비에르 등 주전 수비수들의 복귀로 수비력도 한층 강화, 최상의 전력으로 한국전에 임하게 됐다는 점을 들어 한국전 승리를 낙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FIFA 랭킹 1, 2위 팀인 프랑스와 아르헨티나의 쓸쓸한 몰락에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TSF라디오는 “탄탄한 조직력과 스피드를 앞세워 상승세를 타고 있는 한국을 물리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수비수 루이 조르제의 말을 전하면서 포르투갈도 이변의 희생양이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현지 언론들은 무엇보다 노쇠한 선수진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포르투갈의 최대 일간지 ‘저널데논시아스’는 주전 대부분이 서른을 전후한 나이에 접어들어 힘과 패기가 넘치는 미국에게 일격을 당했던 것처럼 비슷한 스타일의 한국에도 취약점을 드러낼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대회를 지켜보는 포르투갈 축구팬들의 심정은 각별하다. 2001년 FIFA 선정 올해의 인물인 루이스 피구를 비롯해 후이 코스타와 주앙 핀투 등 공격 3인방은 1989년과 91년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에서 조국 포르투갈에게 우승 트로피를 잇따라 안겼던 이른바 ‘황금세대’들.

이들은 2000년 유럽축구선수권 대회에서 준우승을 이끈 데 이어 16년 만에 포르투갈을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올려놓는 등 포르투갈 축구의 희망이다. 최근 포르투갈의 한 지방도시에서는 교황의 동상에 루이스 피구의 유니폼을 입히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월드컵 처녀 우승의 꿈을 버리지 않는 포르투갈 국민들은 14일 마지막 경기가 될지도 모를 한국전을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 포르투갈 선수단 분위기

“한국에 대한 분석은 이미 끝났다. 폴란드전이 끝난 후에는 매일 비디오를 시청하면서 한국의 장단점 파악에 집중하고 있다.” 포르투갈 라디오방송 RDP의 한 기자는 포르투갈 선수단이 그 동안 한국팀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한 것은 일종의 위장 전술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대표팀의 메뉴엘 고메스 분석관이 한국_폴란드, 한국_미국전을 현지에서 직접 관전했으며, 한국팀 장단점에 대한 상당한 자료를 축적했다고 강조했다.

포르투갈 최고 명문 팀 벤피카에서 코치를 지낸 고메스 분석관은 상대팀 전력 분석만을 전담하면서 대표팀을 유로2000 4강, 16년 만의 월드컵 본선에 진출 시키는 데 큰 공헌을 세웠다.

질베르투 마다일 축구협회장이 최근 “한국 선수들은 과거와 달리 빨리 움직이면서 볼을 어떻게 컨트롤 하는 지에 대해 터득한 것 같다”고 촌평한 것은 한국축구의 변화를 선수단 전원이 잘 알고 있다는 일례이다.

최전방 공격수 파울레타(29ㆍ보르도)를 돕는 미드필더 주앙 핀투(31ㆍ스포르팅)도 “한국은 잘 조직되어 있고, 전부가 한 마음으로 경기를 한다”고 한 것도 같은 문제다.

분석이 끝났다는 자신감 때문인지 포르투갈은 한국전 패배를 거의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는 분위기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한국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반면 포르투갈은 거꾸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신만만한 포르투갈이 14일 한국전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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