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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 FIFA '공석사태' 적반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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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 FIFA '공석사태' 적반하장

입력
2002.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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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내 공석사태와 관련해 그 동안 ‘강 건너 불구경’하던 국제축구연맹(FIFA)이 엉뚱한 이유를 들고 나왔다. 입장권 판매부진이 저조한 관광열기 때문이라며 책임을 한국과 일본에 돌리고 있다.미셀 젠 루피넨 FIFA 사무총장은 13일 정례브리핑에서 “공석의 상당수가 각국 축구협회에서 판매키로 했던 해외 판매분” 이라며 “이는 아시아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구경하려는 관광객 숫자가 당초 예상보다 적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FIFA의 이 같은 입장은 공석사태의 주 원인을 입장권 대행사인 바이롬사의 미숙한 업무처리로 보고 법적 제재까지 검토하고 있는 한국월드컵조직위의 입장과는 완전히 상반된 것으로 향후 양측의 책임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루피넨 사무총장은 더구나 바이롬사를 두둔까지 했다. “바이롬사는 입장권 업무에 전문성을 갖고 있는 업체”라며 “업무처리 과정의 혼선은 바이롬사 뿐 아니라 FIFA와 한일 양국의 조직위 등 관련자 모두가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FIFA는 경기장 공석사태의 원인을 바이롬사의 책임이 아니라, 월드컵에 호응이 낮은 입장권 판매부진으로 돌렸다. 하지만 인기 높은 한국전도 바이롬사가 잔여 입장권 수를 뒤늦게 통보해 부랴부랴 현장판매에 나선 것을 생각하면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주장이다.

더 한심한 것은 한국월드컵조직위의 태도. 공석사태 발생 후 정확한 진상조사를 거쳐 바이롬사와 FIFA 등에 강력 대응키로 했던 조직위는 FIFA가 책임 떠넘기기식 의견을 밝혔는데도 오히려 한발 물러서는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정례 브리핑에 자리를 함께 한 조직위의 문동후 사무총장은 “바이롬사에 대해 법적 제재를 하겠다는 방침을 표명한 적이 없다. 입장권 관련 문제는 이제 상당히 개선되고 있다”며 FIFA의 발표를 두둔하고 나섰다.

이는 바이롬사에 대한 법적 제재 방침이 국무회의에서 거론된 후 조직위의 임채민 미디어지원국장이 4일 외신기자들에게 “바이롬사에 대한 손해배상을 포함한 모든 대응을 생각하고 있다”고 발표한 것을 완전히 뒤짚는 발언.

더구나 루페넨 총장이 한국 내 입장권 판매부진에 대해 “한국과 일본의 소득격차가 있는데 양국 입장권 가격을 똑같이 책정한 것은 잘못된 결정”이라는 엉뚱한 주장을 늘어 놓았으나, 조직위 관계자들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었다.

엄청나게 올려 받은 중계권료, 포크 한 개까지 협찬금을 내지 않으면 ‘월드컵’의 ‘월’자 못쓰게 하고, 그것도 모자라 눈을 부릅뜨고 감시해 “돈만 밝힌다”는 비난을 사고 있는 FIFA의 한심한 태도와 줏대 없이 흔들리는 한국월드컵조직위가 스스로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이번 월드컵에 스스로 침을 뱉고 있다.

이번 대회를 한국과 일본에서 열기로 결정한 것도 FIFA이고, 지금의 사태를 만든 것도 FIFA이기 때문이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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